수출만 평년작이었어도 2.1% 성장했을 것을 마이너스 0.2%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은 28일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9745 달러라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3만 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255 달러의 차이로 사상 최초 3만 달러 돌파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은의 이번 발표는 잠정집계다. 한은의 차후 확정발표에서 국민소득 숫자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 물론 255 달러 이상 늘어나서 3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뒤늦게 수정될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낮아져서 3만 달러와의 거리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하던 1994~1995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 중이던 1995년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며 국가적으로 이를 자축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만 달러 돌파는 이미 1994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성장률과 달리 명목상 금액으로 집계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명목상이 아니라, 물가상승 효과를 제외한 실질 성장률로 집계한다.

실질 지표의 경우, 기준년이 설정된다. 올해 GDP 통계의 기준년은 2010년이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이 기준년을 새로 설정한다. 예전 기준년에 따라 집계됐던 통계숫자들이 모두 변한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소득 통계는 기준년 설정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실질 통계가 아니라 명목통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소득총괄팀의 신승철 팀장은 “내년 기준년을 개편하게 되면, 현재는 집계되지 않은 산업활동이 반영되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기준년 개편과 함께 국민소득은 상향 수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나 못 넘었나’는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번 국민계정 통계에서는 255 달러를 더 나오고 못 나오고에 집착하기 보다는 지난해 4분기 통계를 유의하는 것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4분기 통계는 연간통계와 함께 발표되기 때문에 주목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3.1%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를 넘었다.

분기별로는 전년동기대비 1분기 2.9%, 2분기 2.8%, 3분기 3.8%, 4분기 2.8% 성장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분기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전기대비로 보면 1분기 1.0%, 2분기 0.6%, 3분기 1.4% 했는데 4분기에는 0.2% 낮아졌다. 3분기의 높은 성장을 4분기에 이어가지 못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섞였을 가능성은 있다. 비교대상이 너무 높아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다.

한은 관계자는 “4분기에 제조업 건설업이 부진했고 건설투자도 축소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출의 부진이 크다. 분기별 성장률을 2.3%포인트 깎아먹었다. 수출이 중립적이기만 했어도 분기별 성장률은 마이너스 0.2%가 아니라 2.1%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장의 추석 연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무역전쟁 우려가 확산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해 흑자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화가치는 줄곧 절상기조를 보이는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미국이 더욱 감시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이 성장률을 지탱하지 못한 점은 국민소득 255 달러를 더 벌었냐 못 벌었냐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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