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굴뚝 없는 산업...저변 넓히면 얼마든지 승산 있어

언젠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신인 안무가들의 무용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작품의 수준과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현대무용의 관객이 이렇게 늘었나 싶을 정도로 예상보다 높은 객석점유율을 확인하고 나니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무용관객의 대부분은 전공생과 관계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공연장 로비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언제든 발견하게 된다. 워낙 관객층이 얇은 탓에 3일 이상 공연하기 어려운 장르가 바로 무용이다.

 

▲ 발레리나 강수진. /자료사진=뉴시스
 

그나마 발레는 사정이 좀 낫다. 워낙 장르의 속성 자체가 수준 높고 클래식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유명한 발레작품들에는 관객들이 제법 몰리는 편이다. 연말에 주로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는 누구든 한번쯤 감상할 기회가 종종 생기는 작품들이다. 그 뿐 아니다. 발레분야의 경우 이미 해외진출해 성공한 무용수들도 제법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는 강수진과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김용걸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또 비교적 근래에는 아메리카발레씨어터(ABT)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서희를 비롯해 러시아,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무대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점점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높은 지명도를 얻고 있는 김주원은 오랫동안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했다. 정상급의 실력은 물론이고, ‘무한도전’과 ‘댄싱 위드 더 스타’ 등의 방송출연으로 어느 순간 우리에게 친숙한 발레리나가 되었다. 지난해 퇴단 이후, 최근들어선 <마그리트와 아르망>을 국내 초연하며 발레의 외연을 넓혔고, 또한 많은 관객들을 객석으로 끌어들였다. 물론 해외 유명 무용단이나 안무가도 국내 관객들을 매료시키긴 마찬가지다. 마린스키발레단,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볼쇼이발레단, 파슨스댄스컴퍼니 등 세계적인 단체 및 작고한 피나 바우슈, 매튜 본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작품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국내의 무용관객시장을 고려해볼 때 고무적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발레리나 김주원. /자료사진=뉴시스

이처럼 간판스타 격의 무용수나 안무가들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관객들과의 접점을 더 많이 발견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러 가지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예술성이 강조되는 피겨스케이트와 리듬체조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비인기종목으로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김연아와 손연재가 혜성같이 등장해 각각 ‘피겨의 여왕’과 ‘체조계의 요정’으로 부상하면서 이들 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들 두 스타는 기자들에게 이미 정상급 연예인과 같은 취재대상이 되었다. 아울러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의 대가로 얻은 스포츠스타의 이미지로 각종 CF에도 출연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여동생이 되었으나, 김연아와 손연재로 인해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보다 해당 스포츠종목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에 있다 하겠다. 물론 워낙 출중한 미모덕택도 있겠지만, 김연아의 스케이팅과 손연재의 몸짓은 그야말로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감상자로서 그 특별함을 알아보게 된 것이다.
 

▲ 발레리나 서희. /자료사진=뉴시스

이제 세계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공유로 거의 실시간대 생활권에 육박해가고 있다. 공간적 거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세계음악시장에서 거둔 성공으로 볼 때 그 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렇기에 이슈가 될 만한 스타의 탄생은 해당 장르의 인기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인기에 영합하는 얄팍한 상업주의를 넘어, 고유의 예술성을 지킬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스타마케팅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가 이렇게 성장하기에는 온 국민의 노력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 집중했던 1~2차 산업보다도, ‘굴뚝 없는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바로 문화예술에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우리 문화의 역량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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