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삼성바이오 상장주관사, 보고서 지원사격 의혹
한투증권 측 "애널리스트 고유 업무, 비판 신경 안쓴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금융당국의 '회계기준 위반(고의 공시누락) 인정'으로 일단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의 지난 5월 삼바 관련 보고서가 과연 적절했는지 주목받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명백하게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다음날인 13일 "과거 사례들과의 경중과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보고서를 냈다.

진흥국 한투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감리에 대한 차후 스케줄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삼성바이오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과거 케이스들을 고려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사진=뉴시스

한투증권은 지난 5월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유사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투증권은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지난 5월 3일 보고서를 통해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5월내로 상황이 종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상장폐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난다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당시 진흥국·정은영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이 인정될 경우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수 있지만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등의 케이스를 고려할 때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만약 이건으로 회사가 상장폐지 된다면 제약·바이오 섹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전체에 대한 디스카운트로 확대될 수 있어 시장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계 및 경제계 일각에선 한투증권이 민감한 시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인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였기에 금번 분식회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한투증권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보고서 관련 의혹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투자보고서를 내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고유 업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마타도어(흑색선전)식 비판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의견을 내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금융계는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증권사가 비리의혹에 연루된 회사에 대해 우호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은 의혹을 살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5년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고 보유지분 91.2%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평가(5조2700억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위해 고의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분식회계)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1년여의 감리 끝에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결론을 내렸지만 회사 측이 이를 부인하면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증선위는 한달여간 심의 끝에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물론 핵심 쟁점이었던 '분식회계' 건은 금감원의 재감리를 통해 가려지게 됐지만 '회계기준 위반' 사실만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당한 치명상을 입게 됐다. 실제로 지난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전날 증선위의 제재 결정으로 무려 6.29% 하락했다. 삼바 논란으로 상당수 투자자가 손실을 봤을 수 있는 흐름이다. 이렇기에 특정 논란이 있는 종목에 대해선 신중한 보고서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삼성이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기 때문에 지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가능했다"며 "공시누락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줄어들었을 것이고 제일모직의 가치도 줄어 1:0.35의 합병비율은 정당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한투증권은 지난 5월 8일부터 6월 1일까지(17영업일)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종합검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의혹'과의 연계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분식회계 이슈가 금융권 내 최대 이슈인 만큼  검사가 함께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증선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분식회계'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장기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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