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협상력 제고" VS "소비자 권익 침해"
소액 결제거부 허용도 이견...물가인상 등 부작용 제기

▲ 27일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정부가 수수료율에 더는 개입해서는 안된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로 가맹점의 수수료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액이라고 의무수납제의 예외를 두게 되면 소비자가 오지 않아 중소가맹점 매출에 도움 되지 않는다. 현금과 카드결제간 가격차별로 물가인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서울YMCA )

"7월말부터 편의점 등 소액결제 가맹점 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면 1%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소상공인페이'가 도입되는 마당에 의무수납제 폐지가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신금융협회)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자 수수료인하 방안 중 하나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꺼내들면서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7일 은행회관 14층 세미나실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에서도 이해당사들간의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는 1987년 신용카드업법(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정 당시 세원의 투명성 강화와 세수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과 약국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11년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에 한해 결제거부를 허용하는 방안이 제기됐지만 소비자의 거래편의성과 가맹점의 탈세방지 측면을 고려해 의무수납제는 유지하되 영세중소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그 결과 2012년 가맹점별로 적용비용을 산정(수수료율 3년마다 재산정)하되 일정규모의 영세한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우대수수료율(업계자율로 수수료 상한제 시행)을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6년이 흘러 올해 가맹점의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도래하면서 의무수납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가맹점 입장에서는 가입거부 옵션을 이용해 카드사와 계약체결시 수수료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도 "반면 정부개입 약화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이 확대될 수 있고 신용카드 거부에 따른 고객들의 반발로 매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의무수납제를 폐지한다면 카드사와 가맹점이 공정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일정부분 개입하는 것과 현금영수증 의무화 및 탈세조사 강화를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며 "대형가맹점의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가격전가가 발생하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반대로 의무수납제 존치시에는 "적격비용(자금조달비용·일반관리비 등) 재산정을 위한 항목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특히 마케팅비용과 대손비용에 대한 조정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드사가 고객유치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과 신용정보 제공에 따른 비용부담을 가맹점에 전가시킨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첫 토론자로 나선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현재 여전히 높은 수수료율로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매출감소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의무수납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의무수납제가 도입된 지 31년이 됐지만 가맹점들은 카드사와 직접 협상해 본적이 한 번도 없다"며 "정부 개입보다는 가맹점주들이 협상권을 부여받아서 카드사와 직접 협상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윤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서울남서부 이사장도 "지난 2006년부터 카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외쳐왔는데 현재 대기업 가맹점은 1.5~1.8%, 영세가맹점은 2.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이 초토화된 골목상권에 와서 현실이 어떤지 직접 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서영경 서울YMCA 부장은 소비자의 결제편의성 침해와 물가인상 부작용을 이유로 의무수납제 폐지에 반대했다. 서 부장은 "신용카드는 간편하고 편리한 결제수단인데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소비자가 지갑을 닫거나 이용을 안 하게 돼 영세가맹점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신용카드는 제값 받고 현금은 가격을 깎아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미국의 사례처럼 물가인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부장은 이어 "국민권익을 위해 공공성이 강한 병원, 약국, 요양원, 국립공원 입장료, 증·고등학교 급식비 등은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사업본부장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고 내년 도입을 목표로 구축중인 '소상공인페이' 등을 근거로 의무수납제 폐지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 본부장은 "이달 말부터 편의점, 병원 등 중소가맹점 수수료가 추가로 0.8% 가량 낮아지고, 체크카드 수수료 0.5~1.0% 적용 등을 통해 소액결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수납제 폐지 실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전면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매출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 주면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신용카드는 경제학적으로 특이한 시장으로 양면성이 있다"며 "의무수납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좋은 건 아니고 경제적 약자(카드가 없는 미성년자 등)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인 만큼 큰 방향에서 폐지하되 일부 업종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각계의 입장차가 첨예한 만큼 의무수납제 페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과장은 "의무수납제 도입 후 31년간 논의과정을 살펴보고 제도가 변화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검토해 공론화를 거쳐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카드·가맹점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관계기관 TF'를 운영 중으로 연말까지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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