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터키는 제도실패 극단적 사례, 중국-러시아 등도 독재화 후유증 우려"

▲ 터키 앙카라의 환전소 앞.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터키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머징(신흥국)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터키 통화위기가 다른 이머징(신흥국)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6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등이 작성한 '골든 인베스팅 아이디어'에 따르면 지난 15일(미국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 통화불안이 이머징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 통화의 요동은 기이한 경제 정책들이 만들어냈고 미국과의 싸움을 택해 나타난 국지적인 재앙때문 만은 아니다"면서 "그것은 또 다른 이머징 시장에 투자 중인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점점 더 독재적으로 바뀌고 있는 터키 대통령은 뿌리 깊이 박힌 금융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는 터키의 침체된 책임을 외국의 음모의 탓으로 돌리는 평소의 전략에 기댔다"며 "똑같은 이야기가 더 넓은 이머징 시장에서 들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1990년대 말 국가부도로 상처를 입은 후 이머징 국가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2000년대 독립성을 갖게 된 중앙은행들은 무역급증에 따른 자본유출 리스크에 대항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쌓았다. 투자자들은 제도적 보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베팅했고 이머징 시장은 '성장 시장'이 됐다. 하지만 형편없는 거시경제 관리는 2013년 긴축 발작으로 나타났고 한때 서양식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지도자들은 독재자로 변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터키는 제도실패의 가장 극단적인 예이지만 비슷한 힘이 다른 곳에서도 작용하고 있다"며 "제도가 약한 국가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대처하기가 더 어렵고 따라서 경기침체가 훨씬 더 심하게 타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인도는 중앙은행을 간섭하는 포퓰리스트 리더가 있고 중국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독재적인 공산당 지도부를 만들기 위해 임기 제한을 없애버렸다. 필리핀 대통령은 사법절차 없이 살인을 저지르며 속박을 거부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동유럽 지도자들은 폴란드 주도로 제도적 통제를 파괴한 반면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상태에서 여기저기의 독재자들에게 등불이 됐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머징 시장은 2008년까지 미국 정크 본드들과 동일한 수익률에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들의 수익률에 근접하게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개선세가 반전됐고, 이머징 채권들은 올여름 1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정크 본드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로 거래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로 사이클의 회복은 이머징시장 주식들에는 끔찍했는데, 2001년 이후로 이머징 시장 주식들이 선진국 주식들을 아웃포펌하던 것이 거의 절반 가까이 날아가 버렸다"며 "다시 정크 본드처럼 취급 받고 있다는 것은 이머징 시장 달러 표시 채권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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