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위안화 통제 가능 범위로 생각해...세계 경제 성장도 뒷받침"

▲ 중국 위안화.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견고한 모양새다. 2015년 위안화 가치 급락 당시 미국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6일(미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의 위안화 하락 당시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5년 위안화가치는 달러 대비 3%가 채 안되게 하락했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올해는 위안화가치가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미국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2015년 당시 위안화의 하락은 중국 정부가 지지부진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기로 결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가까웠던 시기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지면서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반면 올해의 경우 투자자들은 중국의 위안화가치 하락에 대해 중국 경제 둔화,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대응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2015년에는 위안화가 훨씬 더 많이 평가절하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이번에는 위안화가 통제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번째 이유로 2015년 당시 중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며 위안화를 사기 위해 달러를 차입했던 점을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위안화가 평가절하되자 중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빠르게 반대 매매에 나섰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기업들의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곳에서 조달해 높은 곳에서 투자하는 것)’만으로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이동했다. 투자자들은 위안화가 더 이상 하락하기 전에 서둘러 중국에서 자금을 빼가면서 총 1조 달러의 외환보유고 손실에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위안화 베팅은 훨씬 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최근에 손실을 입은 데다 자본통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견고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미국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앞으로 나가고 있으며 유럽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견실한 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구조적으로 잘 버텨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중국의 경제 둔화는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는데 주력해 성공하는 듯 했지만 그 여파로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 부진은 원자재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구리 가격은 올들어 20% 하락했고 철광석 가격은 회복됐다가 또 다시 10%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위안화의 평가절하 규모를 더 크게 확대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할 경우 2015년의 공포가 다시 떠오르면서 글로벌 증시를 하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정리=이영란 기자/ 기사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법인본부 이동수 전략가, 안장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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