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한국 정부가 대북투자에 재벌을 내세워 개혁이 후퇴한다"는데...

▲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구광모 LG그룹 회장(뒷줄 오른쪽).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의 경제방송 CNBC가 최근 ‘한국 정부가 대북투자에 재벌들에 의지하면서 개혁 공약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의 보도는 미국이 갖고 있는 두 개의 우려 가운데 하나를 반영하고 있다. 행여 이번에도 재벌개혁이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미국 투자자들의 우려다. 미국이 갖고 있는 또 하나 우려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종전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국의 돌발적 행동으로 협상전략에 차질을 빚는 경우다.

현재 시점에서 뉴스를 접하는 관점에서, 대북정책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앞서고 대기업들의 동참을 강조하는 구도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회현상은 많은 시간이 지나 주종관계가 뒤바뀐 논리가 정설이 되기도 한다.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인식도 못한 거대한 사회물리적 힘이 작용했음을 많은 세월이 지나 사회과학자들이 밝혀내기도 한다.

한국과 북한 모두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평화통일의 핵심은 통일과정에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면 평화통일 협상에 나서는 당사자는 양측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논의가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의 필요성은 강조했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통일방식이 양측 대화에 의한 평화통일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른바 ‘참수작전’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 당국 문서가 해킹에 의해 북한에 넘어가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의 의도였는지, 2016년 말, 이미 직무가 정지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모습의 훈련장면을 공개했다.

마치 1950년대의 북진통일에 회귀한 듯한 모습은 아무런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이런 뉴스들만 나오던 시절에 기자의 뇌리에 문득 떠오른 것이, 차라리 한국 재벌 3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담판을 하면 이보다 못하겠냐는 것이었다.

시장경제국가인 한국은 경제적 힘을 재벌3세들이 갖고 있고, ‘혁명’을 강조하는 북한은 김씨 일가의 3세인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갖고 있다. 평화통일을 하게 되면, 가장 크게 이해관계가 영향 받을 사람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했다.

수행원 신분으로서 이들의 북한방문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자신들의 기업 업무 때문에 해외를 방문할 때는 비행기내에서 매우 특별하고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겠지만, 이번 방북 때는 서류가방을 들고 많은 정관계 인사들 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뿐이었다. 이들이 평소 해오던 해외방문 때와 환경이 크게 달라 보였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와 종전합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게 되면 남북한 경제협력의 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대화가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무적 차원으로 접어들게 되면 북한 경제개발에서 북한의 행정력과 한국의 자본이 직접 대면해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주고받는 것이 더 효율적이 된다.

한국 정부를 통한 결정과 타협은 언제든 선거에 따라 내용이 일부나마 바뀔 소지를 안고 있다. 물론 북한 권력도 연착륙해 임기에 의한 통치를 하게 된다면 마찬가지지만, 당장은 이런 전망을 할 계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마땅히 새로운 도약계기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마당에, 북한이 대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될 가능성도 크다. 기업들이 더 북한과의 협력에 적극적이 될 여지를 안고 있다. 훗날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회장 등이 자신만의 수행원들을 이끌고 북한에 가서 단독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올 필요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런 변화가 오기 위해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남북한 관계 못지 않게 미국과 북한 관계다. 한국의 분단이 국제정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통일 역시 국제 정세 흐름과 동떨어지기 힘들다.

한국 정부의 몫은, 그동안 오히려 분단에 편승해 대결국면을 더 악화시킨 관성적 요인들을 일소하는 것이다. 그 또한 국민의 정서를 세심하게 헤아려야 한다. 이른바 ‘맹동주의적’ 또는 ‘몽상적’ 통일주의자들의 돌출행동으로 국민적 반감이 초래되면, 통일의 커다란 계기가 왔는데도 한국 내부의 소모적 논란으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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