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또는 3월 양적완화 축소...그러나 부양 기조는 오래 유지할 듯

 자넷 옐런의 수려한 말솜씨에 시장이 녹아났다. 그리고 정치권이 할 말을 잃었다. 옐런의 능수능란한 대응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할 말을 다했다. 언제든지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마음 놓고 했다. 따라서 겉으론 비둘기였지만 속으론 매파적 성향도 약간은 있었다. 올 12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낮췄지만 여전히 내년 1월 또는 3월엔 양적완화 축소가 가능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시장은 웃었다. 옐런의 달변 때문이다.
 
14일(미국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의장 후보자인 재닛 옐런에 대한 의회 청문회 결과는 옐런의 압승이었다. 그는 양적완화 필요성을 유감없이 쏟아냈다. 또한 때가 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도 했다.
 
청문회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말끔히 씻었다. 시장이 우려한 것은 지난 5,6월 버냉키 의장의 실수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버냉키는 의회 청문에서 기조연설은 아주 시장 친화적으로 했다. 그러나 의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말실수를 여러번 쏟아냈다. 그리고 시장은 흔들렸다.
 
그래서 옐런의 청문회를 앞두고도 이런 실수가 나오는 건 아닌지 시장은 긴장했다. 전날 기조연설문에서 옐런은 양적완화 필요성을 충분히 언급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면 버냉키 처럼 뜻밖의 발언이 나와 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여겼다. 하지만 옐런은 버냉키와 달랐다. 치밀한 연습을 한 듯 상원의원들의 예봉을 잘도 피해나갔다. 경제적 질문은 경제적으로, 정치적 질문은 정치적으로 잘 받아쳤다.
 
상원의원들이 “양적완화도 좋지만 금융규제도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면서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부터 살려 놓은 뒤 추후 금융규제도 충분히 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적완화 축소를 놓고 연준은 그간에도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릴 때마다 매번 공방을 벌여 왔다”고 했다. 따라서 12월에도 그런 공방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적완화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대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한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위해 지금 양적완화를 계속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소의 궤변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능란함에 정치권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르면 다음주에 옐런 인준을 위한 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내년 1월쯤 연준은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옐런의 청문 내용 속엔 이미 그 힌트가 다 들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옐런은 양적완화 완료 시한을 폐기하며 오래 끌고 갈 것처럼 얘기했다. 아울러 제로금리를 FOMC가 제시한 시한(2015~2016년)보다 더 오래 지속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옐런은 ‘성장’ 그리고 또 ‘성장’을 번복해 외쳤다. 그러면서 주시시장에 대한 과열 거품론도 일축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는 16.1로 지난 30년 평균(16)을 약간 웃돈다. 그래서 과열론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높은 PER에도 과열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성장이다. 기업이 더 커지면 자동으로 PER도 낮아지게 돼 있다. 
 
따라서 옐런이 지금의 주식시장에 거품걱정이 없다고 한 이면엔 내년에도, 그 후에도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양적완화를 내년 초 축소하더라도 완료시기를 뒤로 미루고 제로금리를 연장해 가면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연준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의 공격이 그 대표적 예다. 그는 매파다. 매파답게 옐런을 몰아부쳤다. “연준이 성장과 물가 두 가지를 다할 수는 없다. 연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물가 한 가지만 열심히 잡는데 신경써야 한다”는 게 플로서의 지적이다.
 
어쨌든 옐런이 버냉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청문회를 잘 넘기면서 연준은 한동한 순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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