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회장 수행비서 폭로로 비난 여론 확산...검찰, '보석 취소' 요청
국감서도 태광그룹 골프접대 의혹 지적, 이학영 "철저히 조사해야"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회사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 됐으나, 간암 판정을 받고 7년째 병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 폭로를 계기로 '황제보석'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지난 13일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6부)에 이 전 회장에 대한 '보석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다.

가뜩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최근 2심 재판(뇌물혐의 등)에서 집행유예로 잇따라 풀려나면서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에,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이 회장이 간암 판정을 받고도 7년 동안 음주와 흡연에 필라테스까지 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 파장이 아주 커질 전망이다. A씨는 지난 14년간 이 전 회장의 차량을 운전하고 집안 살림과 병원 수발까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병보석 조건으로 이 전 회장의 거주지를 자택과 병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앞서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 6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진 전 회장의 병보석이 합리적인 사유에 기초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건강검진 실시와 보석기간 중 거주지 제한 위반과 허위진단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스트레이트'는 이날 방송에서 태광그룹의 골프 접대 리스트도 공개했다. 공개된 명단에는 과거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법무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태광그룹의 공직자 골프접대 의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태광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정·관계 인사 4300여명에 대한 전방위적인 골프접대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실형을 받고 병보석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그룹 일감몰아주기와 금융계열사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와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전직 법무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금감원 부원장 등이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호화 골프장에서 접대를 받은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행위"라고 일침했다. 이 의원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산업, 대한화섬과 금융회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태광그룹의 최대주주로 태광그룹 회장을 지냈다.

그는 회사돈 500여억원 횡령과 주식·골프연습장 등을 사들여 회사에 9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된 후 병보석으로 7년 8개월째 불구속 상태다.

이 전 회장은 1심과 2심서 4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으나 지난해 4월 파기환송심에서 3년 6개월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재상고심에서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은 시민단체들을 통해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보석취소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음달 12일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둔 가운데 법원이 보석 취소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까지 태광 문제가 지적된 만큼, 이호진 전 회장 관련 의혹이 철저히 규명되고 나아가 재벌 총수들에게 집중된 특혜의혹도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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