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에게는 스스로 미래를 위해서도 다출산이 필요하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한국 정부의 장려금 지급이 외신의 눈길을 제법 끌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AFP 등은 19일(한국시간)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부자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전했다.

이미 돈이 많은 부자들에게 뭣 하러 장려금을 주나,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만한 제목이다.

그러나 실상은 한국정부가 매월 30만원의 장려금을 모든 가정에 지급키로 했다는 최근의 정책을 소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상위 10% 가정도 포함된다는 것을 외신이 이렇게 전하고 있다.

부자는 부자로되, 상위 1% 이내 재벌급은 아니어서 매월 30만원이 역시 의미 있는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도 되는 재벌도 조부의 창업정신을 잘 이어받았다면 월 30만원의 나라도움을 받게 됐을 때 이를 값지고 소중히 여길 필요는 있다. 현실적으로는 이들의 재무담당자가 이런 출납사실을 관리할 테고 본인들은 30만원이 생겼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김윤숙 부위원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시스.


다소 방향이 동떨어진 얘기지만,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양육부담이 적은 고소득층이 더 많이 출산을 할 필요도 있다. 특히 재벌가는 저출산 탈피보다도 대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많은 자녀가 필요하다.

3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재벌총수들의 친형제가 별로 없다. 더욱이 아들 선호사상도 여전해서 3세 총수의 여자형제들은 그룹의 경영권에서 애초부터 논외가 되고 있다.

회장에게 딸 밖에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딸이 경영권을 이어받는데 이것도 재벌가내에서 용인되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재벌은 예전의 종손을 내세우는 법도대로, 집안 내 다른 형제의 아들을 입양시켜 경영권을 물려준다. 어떤 재벌은 회장이 딸만 남겨두고 타계한 후, “경영권을 성이 다른 집안에 넘겨줄 수 없다”는 집안어른들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한 가운데 3세들의 형제관계가 1남1녀, 1남2녀 등이라면, 이는 승계와 관련해서는 외아들이나 다를 바 없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막대한 경제력을 가진 그룹의 미래 총수가 일체의 경쟁 없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2세 회장들의 시대만 해도, 이들에게 형제가 많았다. 주요 그룹마다 형제들이 창업회장인 아버지의 신임을 얻기 위해 각축을 벌인 일들이 수없이 전하고 있다. 이것을 당시에는 ‘왕자의 난’이라고 다루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2세 후보들이 더 나은 총수가 되기 위해 저마다 경쟁력을 키워간 과정이었다.

지금의 대부분 3세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재벌가마다 2세 회장들이 아들을 둘 이상 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들딸 차별 말라는 새로운 규범으로 딸 역시 몇몇 계열사를 맡기도 하지만, 그룹의 핵심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도 일정 시점이 되면 사퇴한다는 발표를 할 때도 많다.

그래서 3세 아들들은 아무런 경쟁과정도 거치지 않고 막강한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조부가 창업할 때보다 그룹의 경쟁력은 수천수만 배 더 커졌는데 3세의 능력도 그만큼 할아버지보다 더 커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일부 3세는 성장과정에서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의 혹독한 감시가 집안 내 훈육을 대신한 측면도 있다.

오늘날의 현대자동차 그룹을 보면 특히 규모가 큰 재벌일수록 총수가 많은 자녀를 둘 필요가 있다. 시운이 좋지 않거나 경영을 잘못해 어려워진 회사를 다른 형제가 다시 인수해 가는 사례도 보여줬다.

자녀들이 저마다 재능에 따라, 계열사를 하나 씩 맡아서 계열분리를 하면 그저 책임감에 짓눌려 경영을 하기보다 능력과 적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다. 전에는 그저 그랬던 계열사가 더 잘 나가는 신흥재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재벌 회장이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그 가운데 창업조부에 필적할 만한 유능한 인재가 탄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지 많은 나무의 이치대로, 수많은 자녀 가운데는 신문의 경제면이 아니라 사회면을 도맡아 장식하는 말썽꾸러기가 나올 가능성도 물론 더욱 높아지긴 한다.

어떻든 형제간에 나름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칠 터이니 부모가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몸가짐을 관리하고 학식을 키우는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게 될 터이다.

지금 이 글에는 물론 대단히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섞여있기는 하다. 왜 대그룹 경영이 총수일가 대물림으로만 정해져야 하나. 한국도 원칙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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