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국가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유로-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유로당 1.1달러대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보다 유로화가치가 한참 더 절하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1.6달러를 넘으면 유로존에서 견뎌낼 수 있는 국가는 오로지 독일 한 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유로-달러 환율이 1.35달러 수준을 유지, 향후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외르지 마톨치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지난 29일(현지시각) 한 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해 쏟아 낸 메가톤급 폭로 때문이다.  
 
마톨치의 전언에 의하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스위스 바젤 국제결제은행 본부에 들를 때마다 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1유로=1.1달러대)에 머물러야 클럽 메드 국가(남유럽 과잉 부채 국가)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유로 대 달러 환율이 지금처럼 1.3달러선에 머물 경우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며, 유로당 1.6달러선을 넘어가면 유로존 국가 가운데 오직 독일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드라기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마톨치 총재의 얘기를 WSJ이 보도하면서 ECB는 발칵 뒤집혔고 마리오 드라기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발언 내용을 즉각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톨치 총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ECB는 이같은 드라기 총재의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전했다.
 
그러면서 마톨치는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 ECB가 추구하는 정책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 2%에서 2~4%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ECB가 돈을 찍어내 인플레이션 상승을 주도할 것이란 주장이다. 아울러 이는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채권(development bonds)을 발행토록 하고 ECB가 이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로존 내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물론 이날 외환시장에선 마톨치의 발언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보합세인 유로당 1.36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마톨치의 발언이 이미 유로존 내에서 잘 알려져 있던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마톨치 총재의 발언은 단지 ECB가 유로화가치 약세를 겨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의 2배에 달하는 4%까지도 용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해준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마침 29일 발표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률이 0.9%(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달의 0.7%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대를 훨씬 밑돌았다. 이는 ECB가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임을 시사해주는 수치다. 아울러 ECB가 이를 위해 유로존의 공동채권(development bonds) 발행 및 매입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 경우 유럽식 양적완화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수용되려면 유로존 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긴축을 통한 경제개혁을 신봉하는 지도자여서 마톨치의 분석이 유로존 상황에 쉽게 접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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