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금까지 박사학위도 없이 연준 성명서를 번역하고 있었다!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이사회 의장. /사진=Fed 동영상 화면캡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7년간의 제로금리에서 탈피하던 2015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전문번역을 본지가 시작할 때 글자 수는 3737개였다. 표결에 참여한 위원 명단을 제외한 본문 내용의 분량이다.

지난 1월30 성명서는 1925자다.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의 2년2개월과 제롬 파월 의장의 1년을 거치는 동안 성명서 분량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내용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이 성명서를 읽는 데 필요한 ‘유식함’의 수준도 조정이 됐다.

로이터는 27일자 기사에서 ‘Fed 성명서를 읽는데 더 이상 박사학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평했다.

경제학 박사학위 없이 통계학 석사 하나, 경제학 석사 하나(이 또한 사실은 통계학 학위인데 1992년 당시 한국 제도에는 통계학 석사학위가 없다)를 가지고 3년 넘게 새벽에 번역하고 있는 기자입장에서는 뜨끔한 얘기다. (하지만 Fed의 물가양방향 목표를 의미하는 ‘symmetric’이라는 단어는 기자가 확률과정의 ‘symmetric process’, 통계학의 신뢰구간 추정을 공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Fed 성명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히 난해해져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이 필요했다. 통계학만 공부한 기자는 이보다는 7년 가량 뒤에 전문번역을 시작했다.

로이터는 파월 의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따른 변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따른 채권 재투자 방침을 언급했던 문단은 옐런 전 의장 때 삭제됐다. 이는 옐런 전 의장의 성향이 아니라 Fed의 정책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로이터는 파월 의장이 2월 취임한 후 성명서는 들 복잡해지고 그가 기자회견 서두에서 하는 발언은 더 알아듣기 쉬워졌다고 전했다.

로이터 또한 성명서가 단순해 진 것은 채권매입과 같은 이례적 정책들이 종료된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파월 의장의 보다 더 명확하려는 노력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평범한 언어가 위험을 가져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분석가들이 전문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2013년 말 성명서를 읽는데 교육수준은 Ph.D 수준에 해당하는 20이었다. 이 때 성명서는 양적완화의 채권 매입과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점수는 옐런 전 의장 임기 첫 해인 낮아져 이후 3년은 4년제 대학 수준인 16으로 측정됐다.

파월 의장이 취임한 후엔 15로 낮아졌다. 이는 고교 독해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난해한 Fed의 소통 방식이 더 큰 시장 변동성을 가져온 근거를 찾아냈지만, 요즘 성명서의 단순함이 대중과 금융시장의 이해를 높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평했다.

로이터의 이 기사는 미국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한국의 고교생이 읽기에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전문적 용어가 많다. 하지만 간혹 수능시험에서 논란을 초래하는 난해한 영어지문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명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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