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폭스그룹 맡게 된 래클런 머독에게 정치를 묻다

▲ 폭스그룹 회장의 장남인 래클런 머독. /사진=폭스그룹 홈페이지 캡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폭스뉴스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우호적인 대표적인 언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회사 사정은 매우 뒤숭숭하다. 로저 아일리 전 사장의 성추문 퇴진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2018년 1월엔 언론계의 거목이기도 한 루퍼트 머독 회장이 갑자기 쓰러졌다.

큰아들 래클런 머독의 요트에 일가가 모여 있다가 벌어진 갑작스런 사고에 머독 회장은 헬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졌다.

경영권이 점차 래클런에게 옮겨가는 과정에서 폭스그룹은 영화제작사인 21세기폭스를 최근 디즈니에 매각했다. 뉴스와 스포츠중계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다. 머독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1주일에 한번 통화할 정도로 긴밀한 우정을 맺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오히려 폭스그룹의 미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표현에 따르면 “좁은 방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는 것”과 같다.

새로 폭스를 이끌어갈 래클런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지도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폭스그룹의 이같은 미래에 대한 심층전망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여서 더욱 주목된다.

이 신문은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회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과 베조스 회장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은 워싱턴포스트와의 관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 트럼프 언론이 친 트럼프 언론의 새로운 사주에 대해 전하는 이날 기사 제목은 “래클런,  트럼프 대통령을 어떡할 것인가?”다. 마치 베조스 회장이 7살 아래 동종업계 경쟁자에게 “나처럼 싸워 볼 텐가, 자네 아버지하던 대로 잘 지낼 건가”를 묻는 듯하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래클런 머독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국적 정서에 비춰보면, 72세 트럼프 대통령이 88세 머독 회장과 절친하다고 해서 머독 회장의 47세 장남에게 직접 전화할 일은 별로 없긴 하다. 한국에서 아버지 친구와의 통화는 “아버지 계시냐? 들어오시면 ‘큰아버지’(모든 아버지 친구들의 1인칭) 전화 왔다고 말씀드려라”가 대부분이다.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 가문의 우정은 현재까지 루퍼트 머독 회장 당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래클런 역시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 그의 동생 제임스는 반대의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 제임스의 비판으로부터 폭스뉴스를 변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 머독 회장이 정치현실을 중시해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것과 달리 래클런은 이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독 회장과의 우정이 돈독한 마당에 줄곧 폭스뉴스를 지지하고 있다. AT&T의 타임워너 합병을 비판하면서도 폭스그룹이 21세기폭스를 디즈니에 매각한데 대해서는 “축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백악관에 합류하기 전까지 머독 회장이 세 번째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의 후견인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래클런 시대의 폭스뉴스가 루퍼트 머독 시대와 같아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그가 “재닌 피로 판사를 복직시켜라”는 트윗을 올린 것은 반이슬람 발언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진행자 재닌 피로의 복귀를 요구한 것이다.

21세기폭스사의 한 임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래클런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은가”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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