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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의 '좋은 질문'은 무언가
기자회견장의 '좋은 질문'은 무언가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4.1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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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시장의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질문'도 훈련해야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00년 일이다.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무효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 직후다.

한 당국자가 주말에 만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는 많지 않은 기자들이 참석해 약간 ‘가족적인(?)’ 분위기가 됐다.

만찬 분위기를 겸해서 기자들이 당국자의 기분을 돋우는 덕담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다.

기분이 한껏 고양된 당국자는 마음씨 고운 기자들에게 뭔가 선물을 줘야겠다는 충동이 술기운과 함께 솟구쳤다.

“당신들 ‘LOI’라고는 들어봤나”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온 게 시초였다. MOU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 LOI는 또 뭔가. 당시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인수의향서를 의미한다.

MOU든, LOI든 대우자동차 새 주인 될 사람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누군가 나타났다니 이보다 더 다행인 뉴스가 뭐가 있나.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는 이렇게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대우자동차는 이후 한국GM이 됐다. GM과 한국GM의 관계가 요즘 꽤 복잡하긴 하다. 그러나 어려울 때 큰 도움을 주고받은 역사를 잊지 말고 최대의 협력을 지속하기만 바랄 뿐이다.

칭찬과 술 몇 잔에 덜컥 중요한 사실을 예고도 없이 발설한 공직자의 처신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발휘한 ‘인터뷰기술’은 10점 만점에 최소 9점은 줄만하다. 이들은 국민들의 시급한 우려를 덜어줄 정보를 최대한 빨리 알아냈고, 그 덕택에 그 자리에 없던 다른 기자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취재에 뛰어든 기자 가운데는 칼럼을 쓰며 당국자의 부주의한 언동을 비판하며 화풀이를 한 사람도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가 이민정책에 대해 질문보다 항의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다른 기자들은 자신의 질문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CNN 화면캡쳐.


기자회견의 목적은 너도나도 개별질문을 쏟아내는 것보다는 모든 기자를 한 자리에 만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면서 모든 독자에게 공평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허위가 아닌 정확한 정보가 최대한 많이 알려졌을 때 성공적이 된다. 이것은 회견 당사자의 답변뿐만 아니라, 어떤 질문에 대한 그의 반응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정보가 되는 반응을 얻기 위해, 기자는 경험에서 우러난 질문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명언은 기자들의 고약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올 때가 많다. 누가 질문한 것인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오직 촌철살인의 답변만 역사에 명성을 남긴다.

실패한 기자회견은 답변보다 질문이 주목되는 경우다.

무슨 답변을 얻느냐보다 나의 질문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싶을 때 기자회견은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된다.

CNN 기자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보다 이민정책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백악관이 한 때 그의 출입을 정지시켜 커다란 물의를 빚었다.

만약 백악관의 무리한 보복이 없었다면, 논란의 대상은 해당 기자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가 발언기회를 붙잡고 답변 없는 질문을 거듭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질문기자!”를 외쳤고 주변의 다른 기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고 자신의 질문기회를 요청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은 최대한의 정보 제공을 위한 자리지, 기자 개인의 소신을 피력하라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 앞에서 소신 피력할 기회를 원하는 건 기자뿐만 아니다.

취재 편의는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 쓰는 데 도움이 되라고 제공되는 것이다. 기사 쓰는 게 아니라면, 뭣 때문에 기자에게만 이렇게 만나기 힘든 사람 만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나.

기자의 소속회사를 위한 자리가 돼서도 안 된다. 신문사를 위한 발언을 하고 싶다면 기자회견장의 질문이 아니라 광고를 내야 한다. 하물며 신문사 간부를 위한 발언기회로 쓰는 건 더욱 불가다.

과연 지금 독자들과 시장의 투자자들이 알고 싶은 정보가 무얼까. 이것만 생각하면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물어야하는지 분명해진다. 저 사람이 어떤 질문엔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는 경험에서 우러난 정보는 특히 요긴하다. 기자의 약간 무례한 질문이 용인될 때는 대개 이런 경험이 발휘됐을 때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의 홍종철 정부 대변인이 질문하는 기자에게 “눈을 파버리겠다”고 덤벼든 해프닝이 대표적 사례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더해져, 금융시장에는 국민들이 알고싶어하는 정보가 더욱 늘어났다. 앞으로 많은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언론인들이 훌륭한 정보 확보를 위해 더욱 더 기량을 연마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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