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CC에서 끝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 LIG손해보험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드라마를 연출한 김지현 프로(21, 웅진코웨이소속) 부녀의 잔잔한 감동스토리가 화제다.

 
이날 SBS골프채널 해설에 나선 김재열 위원은 라운드 내내 김지현 프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지현은 지난 2009년 프로입문이후 단 한번의 우승도 일궈내지 못한 무명급 선수였다. 반면 그와 동반라운드를 펼친 양수진과 홍진주는 대어급에 속한다. 양수진은 막강한 장타를 자랑할 뿐 아니라 KLPGA 4승의 기록을 보유한 관록파다.  
 
홍진주는 또 어떤가. 미국 LPGA까지 진출했다가 돌아온 노련한 실력파다. 
 
이런 최강자 사이에서 우승한 번 해 보지 못한 김지현이 마지막 라운드를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무명선수가 선두권에 올라 마지막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하다 짓누르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의 김지현에 대한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그치고 말았다. 그는 양수진 홍진주 등 최강자들 사이에서 주눅들기는 커녕 라운드 내내 당당하게 게임을 주도하며 흔들림 없이 타수를 줄여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18홀, 김지현이 퍼터로 자신의 볼을 홀에 바짝 붙여놓는 것을 보고서야 캐디로 나선 그의 아버지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고개를 먼 산으로 돌렸다. 이를 두고 김재열 해설위원은 우승 퍼트를 마무리하기까지 짧은 시간에(지난했던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이라면서 김지현 부자의 감회를 대신 전달했다.
 
결과는 마지막 날 4타나 줄인 3라운드 합계 13언더파. 앞 조에서 경기를 펼친 2위 이정민을 2타차로 따돌리면서 당당히 우승(우승상금 1억원)을 일궈냈고 동반 라운드에 나선 양수진(10언더파, 3위) 홍진주(9언더파 4위)의 추격을 단 한 차례도 하용하지 않았다.
 
무명 김지현이 이날 이토록 침착한 경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비결은 바로 시작전 김지현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짧은 몇마디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 그가 마지막 라운드 출발전 밝힌 “골프라는 게 어디 제 뜻대로 되는 것인가요. 주어진 여건에 맞춰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라는 담담한 각오가 그것이다.
 
실제로 이날 김지현은 캐디인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고비때마다 어려움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그럴때마다 김지현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날 김지현의 우승으로 국내 여자프로대회에선 91년생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올해 생애 첫 우승과 함께 무려 3승을 쓸어 담은 김자영 프로, 그리고 올해 1승을 포함 총 4승을 기록중인 양수진이 바로 김지현의 동갑내기 91년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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