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당초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현 3.0%를 유지했다.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행의 공식 발표문은 과연 금리 동결을 위해 준비한 것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가득 찼다. 심지어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흔적도 발표문에 포함됐다.
 
한은은 발표문을 통해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실물경제 파급 및 미국의 급격한 재정긴축 현실화 가능성 등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내수가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고 수출이 감소추세를 보임에 따라 성장세가 미약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장기화, 글로벌 경제의 부진 등으로 마이너스의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너스 GDP갭은 실질성장이 잠재성장에 못 미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한은이 오히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된다.
 
이어서 물가를 언급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8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로 낮게 나타났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3%의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앞으로 태풍피해,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 불안 등의 영향으로 높아지겠으나 당분간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3.0%)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는 한은의 판단이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에 따라 등락하면서 주가는 상승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발표문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결정을 뒷받침한 것은 맨 마지막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도록 계속 노력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 머물게 한다”는 한 줄이었다. 이 또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덧붙었다.
 
팔다리가 따로 노는 정책 속에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전일 연 2.77%였던 시장금리가 오전 중 2.9%대로 치솟았다. 예상과 다른 기준금리 동결에 채권투자자들이 앞다퉈 보유 채권을 내던진 것이다.
 
철저하게 시장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이 또한번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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