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국내 경기지표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과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주력산업 위축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달 말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0.25%포인트↓·1.25%)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금통위는 지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 바 있다.

금통위는 "세계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했다"며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소비가 증가세를 이어가겠으나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4월 전망치(2.5%)를 하회하는 2%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의 하락세 지속 등으로 0.7%의 낮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7%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를 보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경로를 하회해 당분간 1%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장기시장금리가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크게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3년물과 10년물이 1.40%, 1.55%로 6월말 대비 각각 0.07%포인트, 0.05%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코스피 2073)와 원·달러 환율(1181원)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영향을 받으며 상당폭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6월 5조 4000억원)가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은 하락세(-0.1%)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 통화정책이 생각하는 것만큼 완화적이지 않다고 발언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높였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0%로 한국 기준금리(1.50%)보다 1.00%포인트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