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 "치킨게임 본격화 속 심리게임 양상...경제지표 발표에도 주목해야"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국이 예고대로 1일(미국시간)부터 중국에 추가 관세를 강행하고 중국도 이날 정오부터 맞불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주(2~6일) 국내증시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 달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가운데 외국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1일 미국 CNBC와 증권계에 따르면 금주 국내증시 향방을 엿볼 수도 있는 미국증시는 지난달 30일(미국시간) 3대지수가 혼조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 지수(+0.16%), S&P 500 지수(+0.06%) 등은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0.13% 하락했다.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주요 경제지표가 엇갈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이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규모는 1030억달러어치로 대상 품목에는 의류, 신발, TV, 오디오, 프린터 등이 포함된다. 중국도 700억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추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미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추가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되 중국과의 무역 협상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CNBC 등이 전했다.

국내 증권계는 이번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 간의 심리게임 양상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오클랜드 항구의 컨테이너선들. /사진=AP, 뉴시스.
미국 오클랜드 항구의 컨테이너선들. /사진=AP, 뉴시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2 쌍방간 관세부과 치킨게임이 본격화됐지만 파국의 시발점이라기보다는 추후 협상력 제고를 위한 샅바싸움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경기부진 우려가 있는데다 트럼프 재선, 홍콩사태 격화 등을 고려하면 전면전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기존 2500억달러어치의 관세인상 시점을 10월 이후로 미뤘다는 점은 심리전 성격이 우세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에서는 반도체 · 자동차 등의 수출소비재, 화장품 · 패션 등 중국관련주, 방산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관세부과 이후에도 양국의 협상은 지속되겠지만 최소 10월 1일 중국 국경절까지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9월보다는 12월의 협상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12월 관세인상 대상으로 꼽은 품목들은 중국으로부터 90%를 수입하고 있어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 윤영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안요인은 잠재돼 있지만 악재로서의 악재로서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이외에도 국내 상장사 실적 전망 개선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중단됐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대형주 중심의 실적개선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금주에 발표될 각국 경제 지표로는 한국의 8월 수출, 중국의 8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미국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 등이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수출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지표는 대체로 전월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경제지표 발표와 관련해 "결과가 좋으면 그대로 좋고, 나쁘면 부양 기대감이 강해져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 "금주에는 위험자산에 대한 접근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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