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계도 천연조미료 배제한 담백한 조리가 새 트렌드로 유행

10여 년 동안 ‘건강한 음식’은 외식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거론되어 왔다. 웰빙 혹은 참살이라는 말이 대중적인 용어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보다 건강한 먹을 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거듭 성장해온 탓이다.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 따라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식재료였다.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만 하더라도 음식에 건강한 식재료를 첨가해 원재료의 영양을 외식메뉴에서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는 식의 광고가 잇따랐다. 냉면 반죽에 칡이나 야콘을 넣어 반죽한 것이나 녹차 먹인 돼지, 즉 ‘녹돈’이 유행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조리 방식을 건강하게 바꾼 것이 유행했다. 2006년부터 전국적인 인기를 모은 굽네치킨의 경우 반죽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기존의 치킨과 달리 닭고기를 ‘구워내는’ 방식으로 치킨을 만든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피자도 조리 방법에서 트렌드가 바뀌었다. 2010년을 분기점으로 도우가 두껍고 토핑이 많은 미국식 피자 대신, 얇은 도우 위에 간단한 재료만 올려 화덕에서 구워낸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가 유행한 것이다.

최근 건강 음식의 트렌드는 이 둘을 기반으로 한 ‘전통음식’에 맞춰져 있다. 매운 양념과 조미료 범벅이라는 오명을 벗고, 보다 고른 영양소를 갖춘 ‘제대로 된 한 끼’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다.

요즘 외식업계 화제거리로 떠오른 곳들의 면면만 살펴도 그렇다. 효소 전문 기업 효소원이 운영하는 채식뷔페는 채식인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얻고 있다. 소비. 효소원 채식 뷔페는 인공 조미료와 정제 곡식, 정제 밀가루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신선한 쌈채소, 잡곡밥, 표고버섯과 우엉 등의 건강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도록 메뉴를 구성한다.

프리미엄 한우 암소 고기 전문 브랜드인 하누소는 식재료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고춧가루나 소금처럼 소소한 식재료까지 하누소 장세은 회장이 직접 확인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 유명한 하누소 갈비탕 육수는 천연재료만 사용하고, 남도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매생이를 산지에서 공수해 와 매생이 갈비탕을 끓인다. 이러한 법칙은 하누소 한정식에도 적용된다. 천연 효소로 직접 담그는 비타민 김치와 토마토 냉채 등은 소비자들의 눈과 입을 동시에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한우 고기를 직접 다지고 빚어 구운 한우 떡갈비도 인기다.

왕김밥
분식업계에서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속재료를 든든하게 채운 김밥이 유행 중이다. 론칭 당시부터 ‘프리미엄 K-푸드’를 표방해온 공수간은 국물 떡볶이와 함께 일반 김밥 2배 크기를 자랑하는 왕김밥으로 이름을 알렸다. 왕김밥 안에는 슴슴한 계란지단과 햄 외에도 오이, 우엉, 당근 등의 채소를 살짝 절인 오복지를 잘게 다져 가득 넣는다. 밥보다 속재료를 많이 넣어 영양소의 균형을 맞췄다. 공수간은 음식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당일판매 원칙과 주문 후 조리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죠스푸드의 제 2브랜드인 ‘바르다 김선생’과 부산에서 상경한 고봉민 김밥도 연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바르다 김선생은 국내산 햅쌀, HACCP 인증을 받은 무항생제란 등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원재료를 사용한다. 고봉민 김밥은 직접 조린 우엉을 넣어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맛을 살린다. 이와 같은 프리미엄 김밥은 ‘저탄수화물, 저나트륨, 고단백, 비타민&식이섬유 고함유’ 등 요즘 건강 음식의 기준을 충족하는 음식이 되고 있다.

간단한 간식거리라고 생각했던 분식류에까지 이러한 열풍이 미치는 것은 왜일까. 대다수의 외식 업계 관련자들은 “소비자들의 외식 횟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품질이 좋은음식을 찾는 현상이 발견된다”고 입을 모은다. 언뜻 생각하면 늘어나는 외식 횟수에 비용을 줄이려 더 저렴한 음식을 찾을 것 같지만 실은 반대다.

외식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외식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소비계층은 외식 소비를 일상화 시켰고, 그 결과 외식업계의 건강 키워드는 ‘특별한 재료’, ‘부담 없고 건강한 조리방식’을 거쳐 ‘집에서 먹는 것 같은’으로 대중화 됐다. 집에서 먹는 밥은 외식메뉴처럼 자극적인 맛을 내지 않는다.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는 맛이다.

멀수록 되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외식 시장이 발전하고 길이 많아질수록 먹거리에 대한 정도(正道)를 지켜나간다는 이들이 환영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맛에 질린 소비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식 시장에 발을 딛고 싶다면 이제는 기억해야 한다.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야 설 자리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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