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硏 "車 부품 국산화로 대일 무역흑자"
전장부품 등 제조기업에 금융지원 강화 필요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뉴시스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고가의 일본산 승용차 수입 증가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부품 국산화 노력으로 무역적자 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산업연구실은 25일 '대일 무역적자 주요 품목 경쟁력 검토(자동차·부품산업)' 보고서를 통해 "대일 교역에서 차량 및 부품의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승용차 수입 증가가 최근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차량 및 부품 대일 무역수지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8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이 부문의 무역적자 규모는 13억 달러로, 대일 무역적자 총액의 5.4%를 차지했다. 다만 차량 및 부품 전체 교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1.3%, 수입 12.4%에 그쳐 대일 의존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부문이 무역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승용차 무역적자 규모는 1억8000만 달러로 대일 차량 및 부품 무역적자의 91%에 달했다. 반면 자동차부품은 2000년대 들어 수출증가와 수입 감소 추세로 지난해에는 12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보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부품 조달의 해외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반면, 수입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역품목이 소비재인 승용차(완성차) 위주로 변화됐다"며 "하지만 승용차는 일본차의 강점인 친환경차 부문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국산차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세계 전기동력차(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배터리전기차[BEV], 수소차[FCEV])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처음으로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또한 순수전기차, 수소차 라인업을 저가형에서 고급형까지 전체 모델로 확대해 친환경차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올 하반기 들어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의 영향으로 국내 승용차 판매량 중 일본차의 점유율이 상반기 3.2%에서 9월 0.9%까지 하락하는 등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국산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도 긍정적 요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8년 우리나라의 대일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연평균 5.7% 증가한 반면 수입은 연평균 7.2% 감소했다. 현재 자동차부품 하부 분류에 속하는 품목 대부분이 대일 무역흑자 상태이며, 무역적자 품목은 기어박스와 완충기 2개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의 부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부품 수입 수요는 저렴한 중국산과 수입차 정비용 부품 위주로 전환돼 전체 자동차부품 수입액 중 대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1995년 평균 63%에서 지난해 19%로 하락했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 핵심 부품인 변속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개발·생산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엔진과 더불어 1991년 처음으로 변속기 생산을 해 2000년대 후반 이후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IT와 자동차 업체들이 스마트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에 대응해 기술개발 및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전장부품 분야도 3~4년 내에 국산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독일 지식재산권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 관련 특허 상위 10위에 현대자동차그룹(6위), 삼성전자·LG전자(공동 7위)가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차량용반도체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관련 국제 인증 등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공급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센서 1위인 벨로다인(미국)에 전략적 투자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2021년부터 센서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시스템을 양산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자동차부품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세부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에서 국산화 노력이 집중되고 있는 전장부품 등의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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