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자세를 낮추기보다 오로지 수익률 집착으로 위험 자초

미국 달러. /사진=뉴시스.
미국 달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올해 한국에서 사상 최대 자금이 해외 위험자산 투자로 빠져나갔다고 블룸버그가 1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의 욕구 때문이지만, 이를 제대로 도와야 할 투자전문가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제공을 안하는 사례가 빈발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수익은 커녕 오히려 원금도 건지기 힘든 위험자산 투자는 저하된 국가성장률 제고에 쏟아 부어도 모자랄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블룸버그는 삼성증권과 한국신용평가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한국에서 해외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 현재 금액이 최소 201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158조 원과, 2017년 118조 원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투자가 지난 10년 동안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투자에서 최근 들어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증권의 호주 부동산 투자 논란, B투자의 독일 파생결합증권(DLS) 투자 상환 지연, C자산회사의 해외펀드 판매 이슈 등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무리한 해외투자에 따른 문제가 본격화되는 조짐일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5G 설비와 유럽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이 경기순환에 따른 충격을 덜 받는 분야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교훈은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도 오랜 금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고령화시대에 70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경우는 실적을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계적 성장둔화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기 어려워지자 투자의 근본자세를 벗어난 위험한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공제회 투자전문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근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고수익을 이유로 뉴욕주 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그에게 "그곳을 가본 적이 있거나 발전소 위치를 정확히 아는가"를 물었다. 그런 적이 없다는 대답에 전문가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비가 올 때는 자세를 낮추고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가는 자세가 필요한데도, 오로지 수익률 높이는 데만 몰두하는 행태로 자본을 낭비할 경우, 경기상승기에 돌입했을 때 필요한 자금을 고갈시키게 된다. 지금 한국이야말로 그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신과 국내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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