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덕담했지만 무역협상은 냉탕온탕 심하고, 홍콩 불확실성도 지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미국시각) 미-중 무역합의 전망과 관련해 긍정적 발언을 쏟아냈지만 시장에선 제한적인 호재로만 인식해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았고 다른 위험자산인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안전통화를 대표하는 엔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보합수준에서 눈치보기 흐름을 보였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도 제자리걸음 했다.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난 것일까. 그간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는 냉탕온탕을 수없이 오간데다 홍콩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 지속으로 양국간 무역협상 또한 복잡해졌다는 판단이 트럼프 및 시진핑의 호재성 발언 효과를 반감시켰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월가엔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 전망과 관련해) 아마도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베이징 신경제 포럼에서 "미-중 양측의 상호 존중-평등 기반에서 1단계 무역합의 성사를 위해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날 정보제공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2로 전월 확정치 51.3을 웃돌았고 11월 서비스업 PMI 역시 10월 수준을 상회했다.

미-중 정상의 무역협상 낙관적 발언, 미국 경제지표 호전이 이날 뉴욕 월가에서 주목받았다고 CNBC가 전했다. 이에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미국증시가 올랐고 안전자산을 상징하는 금값이 하락했다.

그러나 위험자산 시장이 환호하지는 않았다. 다우존스 지수(+0.39%) S&P500 지수(+0.22%) 나스닥 지수(+0.16%)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올랐지만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다. 여러 호재 등장은 안전자산인 금값 하락 요인이었지만 이날 미국 동부시각 오후 3시57분 기준 내년 2월물 국제 금값은 고작 0.07%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 동부시각 오후 3시57분 기준 내년 1월 인도분 미국서부텍사스산 유가와 북해산 브렌트 유가는 오히려 각각 1.09%,0.59% 하락했다. 또다른 안전 자산인 10년물 미국 국채의 금리도 미국증시 마감 30분전 기준 1.77%로 전일 대비 거의 같은 수준에서 움직였다. 안전통화를 대표하는 엔화의 가치도 보합수준에서 눈치보기 흐름을 연출했다. 미국증시 마감 6분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08.63엔으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CNBC가 전했다.

분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은 뉴욕 자산시장에서 주목받았지만 여러 자산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영향력이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뉴욕 월가 일각에선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선 그간 냉탕온탕을 수없이 오간데다 홍콩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 심화는 향후 무역협상 분위기를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른다"는 진단을 내놨다. 실제로 미국 상하원이 모두 홍콩인권법안을 가결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미-중 양국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날 인민일보는 "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법안 가결에 중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한 가운데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는 홍콩 시민도 지지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도 지지한다"면서 양다리 걸치기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CNBC는 "홍콩사태 악화가 미-중 무역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CNBC는 이어 "미-중 무역갈등 속에 미국의 중국 제품 수입은 13%나 줄고 베트남산 제품 수입은 35%나 늘었다"면서 "베트남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겉으로는 무역합의 관련 긍정 발언을 쏟아냈지만 홍콩사태 불확실성은 무역협상에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 하루였다. 이에 뉴욕자산시장에서는 양국 정상의 발언을 주요 이슈로 인식하면서도 경계감 또한 늦추지 않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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