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CNBC가 10일(미국시간) 한국주식이 저평가됐다고 보도했지만, 이 기사는 특히 제목보다 자세한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것은 경제적 요인에 비춰볼 때 이 주식 가격이 더 오를 이유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CNBC 보도는 '지금 한국 주식을 사라'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단서가 하나 붙는다. 비교대상이다.

CNBC 기사의 정확한 제목은 "북아시아에서 한국 주식이 가장 저평가됐다"다. 동아시아가 아닌 북아시아다. 여기에 포함되는 국가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이 전부다. 두만강 이북 시베리아는 땅은 아시아지만 국적으로는 유럽국가인 러시아령이다.

많은 나라가 아닌 중국 일본과 비교해 한국 주식을 사는 게 낫다는 평가다. 물론 비교대상이 두 개 국가지만 세계 2위와 3위 경제대국이니 그 자체가 엄청난 의미는 있다.

올해 저성장과 저물가가 커다란 걱정거리가 된 한국에서 외신의 이같은 평가는 단순히 숫자비교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져올 수 있다. CNBC는 올해 니케이225 상승률이 17%, 상하이종합지수는 16.9%인데 코스피는 2.3%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 방송은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교역위축만 지적했다. 

그러나 CNBC는 저평가의 구체적 사유로 한가지 대단히 의미깊은 요인을 제시했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다.

한국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2004년 700선이던 주가를 2005년 2000대로 급등시키는 힘을 발휘했었다.

전문가들은 CNBC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서 진행 중인 배당강화 등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행동주의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중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사법적 책임규명이 강화되거나 '제왕적' 경영권 행사가 제동이 걸릴 때마다 재계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의 지배구조 규율이 강화된 것으로 간주돼 주요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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