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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에 "좌파 타령" 좀 그만 하자
스튜어드십 코드에 "좌파 타령" 좀 그만 하자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2.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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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국가 아닌 서방 외신이 더 환영하는데 좌파?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주주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지배구조를 평가해 불투명한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잊을 만하면 또 다시 '좌파 타령'의 대상이 된다.

특히 올해 국민연금의 견제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 연임이 부결된 데다 조 회장이 주주총회 후 갑자기 타계하는 안타까운 일마저 겹쳤다.

일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정부가 남의 회사 경영진을 입맛대로 갈아치우려는 것이라 비난하고, 색깔론까지 첨가해 '연금사회주의'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만약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말로 사회주의자들의 경제관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를 환영하고 칭송하는 외신은 중국 관영언론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민일보나 신화통신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포함한 한국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대서특필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본주의국가 언론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사회주의자들의 한국 기업 공격'이란 식으로 우려를 하는 게 아니다. 해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권익이 더 잘 보호받게 됐다는 환영일색이다. 스튜어드십에 대해 반공투쟁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서러운 일일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관심 없는 건 그렇다쳐도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하는 나라가 왜 한국의 '좌파 정책'을 두둔하고 응원을 하는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CNBC의 10일(미국시간) 기사도 이런 외신의 시각 가운데 하나다. CNBC는 이날 "북아시아에서 한국 주식이 가장 저평가됐다"고 보도했다. 북아시아라면 코스피나 코스닥 주식을 중국과 일본 주식에 비교한 것이다. 세계 2위, 3위 경제대국보다 한국 주식을 사야 할 이유를 강조하는 기사다.

올해 한국은 저성장, 저물가가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외신의 한국 주식 사라는 얘기가 뜬금없기도 하다. 단순히 올해 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CNBC는 구체적인 판단 근거 하나를 제시했다. 상장기업들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권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들의 "현재 저평가" 판단 이유다.

한국 주가가 2000년대 이후 차원이 다른 상승을 했을 때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했다는 사례를 비춰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CNBC 뿐만 아니라 영미 언론의 논조가 이와 같다. 외신의 옳고그름 판단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이 한국 재벌에 대한 규제를 환영하는 것은 그 행간에 자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이해도 섞여 있을 것임을 가려서 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절대로 사회주의 혁명 수단이 아니라는 건 실감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반강제적으로 선진국 수준 시장개방을 한 한국은 2000년대 들면서 예전의 닫혀진 시장 때 겪지 못했던 일들을 체험했다.

대재벌그룹 총수들이 사법적 단죄를 받고 나면 오히려 전체 주가가 상승했다. 이른바 '대마불사'나 '정경유착'의 폐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반증으로 해석된 것이다.

위기에 빠진 재벌그룹을 총수들끼리 친족인 다른 재벌이 자금지원을 하자 원화가치가 급절하해 원화환율이 폭등했다. 예전 같으면 '대기업들의 상생협력'으로 칭송받았을 일이지만, 바뀐 시장 환경에서는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은 아직도 부실기업 하나를 살리려 다른 우량기업이 끌려들어간다"는 의구심이 확산된 때문이었다.

1990년대 우리가 멋모르고 외쳤던 '세계화' '시장개방'에는 이렇게 생소한 측면들이 불가피하게 따라붙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혜택과 책임에 따른 고통을 함께 불러오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세세한 내역은 알지도 못하고 이를 외쳤던 것이다.

아무리 지배구조 개선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것이어도 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경계하고 걱정하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경제정책은 뭐든지 현실을 무시하고 원칙만 강조하다간 극심한 시장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배울 만큼 배워서 알 것을 알 만한 사람들까지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다.

국회의 경제 분야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는 최고수준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이제 중진급 이상으로 성장한 정치인 가운데 누군가는 꼭 "좌파들 멋대로 대기업 회장을 바꾸려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주장을 편다.

그의 지역구에 이런 주장을 듣고 반가워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원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금융일선에 몸담고 있는 국민들은 이런 얘기 들을 때 그 정치인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 이미지는 대학 들어간 딸에게 "밤 9시 이전에 반드시 귀가하라"고 호통 치는 집안 어른과 비슷한 것이다.

이 국민들의 연령을 감안할 때 앞으로 50년은 족히 참정권을 행사할 사람들인데 요즘 정치가 강조하는 '중도 외연확장'은 어떻게 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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