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범할 새 정부가 신한사태와 같은 금융질서 파괴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뢰다. 고객들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믿음을 저버린다면 이는 곧 자멸을 의미한다. 그간 우리가 은행을 금융회사라 하지 않고 금융기관이라 일컬어 온 것도 금융의 공적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덩치 큰 금융기관이 신뢰를 잃어 경영난이라도 초래하게 되면 이는 곧 국가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신한금융지주가 스스로 신뢰를 깨는 패싸움에 나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신한금융측은 2년 전 신한사태 때 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를 했다. 금융감독원 무시, 국회의원 무력화 시도, 주주 무시, 고객 불안자초, 언론의 공정보도 방해가 그것이다.
 
2년 전 발발한 신한사태는 우선 금융당국을 당혹케 했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고발하면서 금감원엔 사전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주주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엄청난 짓을 하면서 금융감독원까지 무시한 것이다. 
신한사태 직후 당시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필자에게 신한측이 핵심 금융기관장을 고발하면서 금감원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금융감독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행위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신한측은 입법 기관을 이끌어가는 국회의원과도 대립각을 세웠었다.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의원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라응찬 금융실명제 조사 건을 끈질기게 추궁하자 신한측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려한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신한금융 측 고위 인사가 필자에게까지 주성영 의원에 대한 대처방안을 상의했을 정도다.
 
아울러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으로 이어지는 최고 경영진간 고소 고발건은 수많은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경영진이 회사의 안위는 내팽긴 채 싸움에만 몰두한다면 이 회사의 주가는 어디로 가겠는가. 돌이켜 보면 당시 주주들이 집단소송이라도 벌였어야 할 정도로 신한측은 주주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
 
고객을 혼란스럽게 한 죄 또한 크다. 필자가 아는 한 중소기업인은 신한사태가 터지자 더 이상 저런 은행과는 거래하기 어렵다며 기업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을 옮겼을 정도로 당시 신한사태는 고객들에게도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신한은행 내분 과정에서 상대편의 약점을 잡기위해 비밀리에 이직원 저직원의 정보를 캐고 다닌 것 또한 고객들을 여러모로 불안케 했다.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금융기관을 어떻게 믿고 내 재산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 당시 신한측을 바라보는 상당수 고객들의 우려였다. 
 
마지막으로 신한측은 당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도 했다. 이는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다. 2년 반전 쯤의 일로 기억된다. 필자가 한 후발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다. 당시 필자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인용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에 대한 금융실명제 위반여부 조사가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낼 참이었다. 1면톱과 3면을 모두 털어 비중있게 다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정보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새벽부터 신한측 인사들이 편집국장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그날 신문을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사태를 겪으며 이렇듯 해서는 안될 일 들을 너무 많이 했다. 때로는 라응찬 회장 보호를 위해, 때로는 반대파 숙청을 위해 고객은 뒷전인 채 그들만의 싸움에 몰두했던 것이다. 
 
필자가 더 이상 신한사태가 재발되도록 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기존 신한 금융지주측 인사들과 인연이 덜한 새 정부가 나서 신한사태 주역들과 연계된 사람들이 아직도 신한금융내에 잔존해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해 퇴출 시킬 사람이 있으면 과감히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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