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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와 싸이월드의 비슷한 운명
스타크래프트와 싸이월드의 비슷한 운명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2.0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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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유튜브'보다도 앞선 '경험소비'의 성공적 경제모델이었던 스타리그
스타크래프트1 리마스터의 한 장면. /사진=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
스타크래프트1 리마스터의 한 장면. /사진=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경험소비'는 쉽게 말하면 지금의 유튜브 여행채널과 같은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요즘은 누구나 "나도 유튜브를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모두가 몇몇 성공한 사람들 사례처럼 꼭 많은 수입을 올리겠다는 건 아니다. 평소 세상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자유롭게 전하는 수단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더 많다. 내심 그걸 통해 뉴스에 나온 사람들만큼은 아니어도 일정한 수입을 올린다면 더욱 좋지만 그게 아니어도 유튜브는 일단 하고 싶어 한다.

경험소비 방식이 꼭 유튜브를 통해서 해야만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유튜브다.

페이스북 또한 유튜브만큼은 아니어도 누구나 '아마추어 신문사'를 차릴 수 있는 수단이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나 페이지를 통해 나만의 경험, 나만의 사상을 많은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사람이 외국 여행을 다녀오고 소문난 음식점에 가서 식사한 '경험'은 요즘 대단히 인기가 많은 '소비'대상이다. 개를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걸로 먹고살겠다고 한다면 집안 어른들한테 벼락같은 호통이나 듣기 딱 좋은 일이었다.

대단히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가져왔던 한국의 선구자적인 경험소비 사례가 스타크래프트다.

1997년 'IMF 위기'로 큰 시름에 빠진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정보도 얻고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PC방이 큰 인기를 얻었다. 마침 이 때 블리자드가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했다.

몇 사람이 이걸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친구들한테도 가르쳐줘 가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 명절 때 친척 모임에서도 PC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집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마루에서 바둑을 두던 것이 PC방의 스타크래프트로 바뀐 것이다.

마치 바둑의 묘수처럼 스타크래프트도 무수한 묘수들이 등장했다. 사이언스 배슬에 방사능을 씌워서 적의 일꾼들을 제거하는 '지우개' 전략과 같은 것들은 블리자드의 개발자들이 예상이나 했던 것인지 모를 일이다.

너무나 기발한 전략은 마침 지나가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뛰어난 판단력에 엄청난 손놀림까지 겸비한 사람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지켜보는 건 정말 흥분 가득한 운동경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무렵 서울 종로 한복판에는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PC체험 코너가 있었다. 창가에 몇몇 사람이 앉아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진열장 밖에 서 구경하는 가운데 화면에는 캐리어의 인터셉터들이 가득히 난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국에서 게임 실력 좋은 사람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자기들끼리 '길드'를 만들어서 PC방이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게임전문 방송국이 탄생한 것은 이런 토양이 만들어진데 따른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게임 방송국도 가세하자 스타크래프트 세계는 더욱 전문화되고, 또 상업적인 대형자본의 도움도 받게 됐다. 길드라고 스스로를 부르던 사람들이 삼성전자, SK, CJ, KT 같은 대기업 소속의 프로게임단 선수가 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어린 아이들이 TV에 나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 맹활약을 하자, 과연 이들의 장차 인생은 어떻게 개척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생겨났다. 특히 이들의 병역이 문제였다.

마침 공군이 '워 게임'을 하는 인력의 수요를 갖게 됐다. '워 게임'을 하는 전문부대를 만들면서 이들 병력을 중심으로 '공군 에이스'라고 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만들었다.

프로야구가 생기기전 실업야구 시절, 육군의 경리단과 공군의 성무는 항상 우승을 다투는 강팀이었지만, 초창기 공군에이스의 성적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인기는 대기업 게임단을 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임요환, 홍준호 등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유명한 선수들 누구나 한 번은 거쳐 가야 할 팀이었기 때문이다. 공군에이스 관계자는 프로게임만을 위한 팀이 아니고 본연의 임무가 있는 부대임을 강조했다. 몇 시간 동안 해야하는 컴퓨터 작업을 이들은 몇 분만에 해내는 성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공군에이스 단장은 현역 대령이 맡았다. e스포츠 스타디움 안팎에서는 이 사람 또한 폭발적 인기를 누린 '아이돌'이었다. 그의 손에는 청소년 팬들이 공군 선수단만을 위해 정성껏 만들어 온 음료수 병이 들려 있곤 했다.

단장은 소속 선수들이 프로게이머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역군인인 이상 군인다운 복무 자세를 잃지 않도록 지휘하는 역할도 갖고 있었다. 공군에이스에 입대한 선수들은 어제까지의 형 동생 하던 관계에서 즉시 벗어나 계급과 군번에 따라 언행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어린 팬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어쩌다가 게임하면서 군생활도 하는 지경이 됐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런 걱정의 목소리는 단지 군 복무뿐만 아니라 '얘들이 언제까지 이런 걸로 먹고 살거냐'는 차원의 문제제기였다.

몇몇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고 제작사인 블리자드가 차기작인 스타크래프트2에 중시하면서 스타크래프트1은 방송을 통한 대중접근 수단을 크게 잃었고 이 와중에 공군에이스도 해체됐다.

공군에이스 해체는 스타크래프트1의 공식적인 퇴장을 예고하는 일이었다. 2012년 마지막 스타리그 챔피언을 탄생시키고 게임 채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게임의 엄청난 인기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게임방송국들은 여전히 당시 스타크래프트만큼 공중파 영역도 넘볼 만한 컨텐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대중문화에서 차지한 위상은 임요환과 홍진호 등 당시 게이머들이 현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유명했던 게이머들만 남은 것이 아니다. 다시 태어난 챔피언리그도 고정 팬층을 바탕으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무렵 앳된 청소년이었다가 지금은 군대 살도 붙은 모습으로 유닛들을 지휘하는 선수들을 다시 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2012년 급격한 퇴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나 빨리 등장했던 '경험 소비' 컨텐트가 기존 인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역풍을 맞은 측면이 있다. 그렇게까지 빨리 사라져야 할 문화코드는 아니었음을 지금의 ASL, KSL 등의 스타리그가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미래에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빨리 들어섰다가 기존 사회의 장벽에 스스로 뒷걸음친 하나의 사례다. 싸이월드가 지금의 페이스북보다 내용 면에서 못할 것이 없었지만 스스로 벽을 둘러친 한 두 가지 요인 때문에 퇴장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벽을 쌓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AI(인공지능)가 생산을 주도하고 인간의 역할이 달라지는 미래에서, '그럼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나'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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