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지난 해 의미있는 담벼락 하나를 쌓았다. 다름 아닌 경영권 승계 자격요건이다. 차기 회장에 외부인이 들어오기 어렵도록 만든 CEO 선임프로세스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지난 2011년6월3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차후 CEO 승계 과정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 CEO선임 프로세스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CEO 후보군을 미리 육성한 뒤 현 CEO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리 차기 CEO후보를 공표해 혼란 없는 승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그러면서 CEO 선임 연령을 만 67세 이하로 제한하고 승계 과정 전반을 관리할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차기 회장 외부영입은 바랍직 하지 않다”는 내용도 빼놓지 않았다. 미리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것 자체가 내부인 중에서 차기 CEO를 선임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CEO와 기능별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회의를 설치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날 발표한 CEO선임 프로세스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신한맨들의 아성을 지켜주기에 안성맞춤인 프로세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데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다 지난 2010년9월 불거진 신한사태와 같은 경영진간 아귀다툼을 피해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시각도 있다. 새로 발표한 프로세스대로라면 지난해 회장자리를 놓고 한동우 회장과 막판 경합을 벌였던 한택수 전 기획재정부 국장과 같은 경쟁자는 이제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 더 이상 끼어들 여지가 없어지게 됐다. 유능한 외부 인재의 영입도 어려워지게 됐다.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사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처럼 한 번 회사에서 나간 사람은 더 이상 회장이 되기 어렵게 됐다. 그런 면에서 신한 내부인들에겐 참으로 요긴한 시스템이다. 외부인이 신한의 CEO가 되기 위해선 미리 취직해 역량을 쌓는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후보군을 육성하다 보면 파벌이 생길수도 있다. 충성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음해성 마타도어도 유발될 수 있다. 후보군간 파워대결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라응찬-이백순 대 신상훈 싸움이 왜 일어났는가. 내부인들 끼리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인 전쟁 아닌가. 이 같은 시스템으로 신한사태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금융기관 특성상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경우 CEO후로보 선임됐다 해도 자격상실이 불가피할 텐데 미리 후보를 선임하는 게 최선인가.
 
하물며 대형 글로벌 기업들도 필요하면 회장을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신한금융만이 외부 영입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지나친 조직이기주의로 비쳐질지는 고민해 보지 않았는가.
 
한걸음 더 나가 보자. 신한의 프로세스가 천년만년 유지될지 수 있다고 보는가.
 
향후 새 정부가 이정도의 프로세스를 갖고는 제2의 신한사태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면 뜯어고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신한금융은 더 이상 사금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금융집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행정권을 발동해 더 나은 시스템으로의 개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관치금융이 판치는 세상에서 시스템 하나가 신한지주 전체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손바닥 하나로 하늘 전체를 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간 신한에 낙하산 CEO가 내려오지 못한 것은, 라응찬 회장이 장기간 CEO자리를 독점할 수 있었던 건, CEO승계시스템이 아니라 일본인 주주라는 확실한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신한은 어쨌는가. 17%라는 많은 지분을 가진 일본인 주주를 스스로 무력화 시킨 것 아닌가. 약 10명의 이사중 주주가 아닌 국내 이사를 절반이상 만들어 놓고 일본인 이사는 4명만 남겨놓으면서 일본인 주주들의 영향력을 무기력하게 만든 사람들이 누군가. 일본인들의 발언권이 약해지게 되다보니 그들에게 고액배당이라도 해서 신세를 갚아야 하는 상황은 아닌가.
 
일본 주주라는 강력한 보호막이 사라지다시피한 상황에서 CEO프로세스 하나 만든다고 해서 신한의 차기 승계가 외부의 간섭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필자는 신한의 이같은 프로세스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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