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금리인하 재촉하려는 '허세' 분석도
뉴욕타임스 "강등시켜도 FOMC 위원들이 위원장으로 선출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을 강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에 빠져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언행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미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파월 의장을 해임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가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데 따라가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파월 의장을 Fed 이사로 강등시킬 경우 이는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 더 큰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축적된 전 세계 금융시장의 오랜 신뢰도 흔들릴 위험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인준을 거쳐 임명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권리는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며 "그를 강등시킬 수 있는지는 그보다는 더 불확실하다. 그러나 만약 그가 이를 강행하더라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여전히 파월을 위원장으로 선임해 새 의장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Fed의 핵심정책인 금리결정은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의 표결에 따라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Fed 이사로 강등하더라도 파월 의장은 상시 표결권을 가진 FOMC 위원의 자리는 2028년 1월31일까지 유지하게 된다.

관행적으로 Fed 의장들은 의장에서 물러날 때 이사 잔여 임기와 무관하게 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파월 의장의 전임자인 재닛 옐런 전 의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통령과 Fed 의장 간 상호존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선거 후보였을 때부터 옐런 당시 Fed 의장이 민주당원이라는 이유로 연임시키지 않고 2018년 퇴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자신의 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자 연임을 못하더라도 이사직은 계속 수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주가가 계속 사상최고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옐런 의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Fed 의장 최종후보 3인에 옐런 의장을 포함시키며 대통령후보 때와 다른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2017년 말 차기의장으로 Fed 이사인 파월을 지명했다.

옐런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 시사했던 것과 달리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Fed 이사에서도 함께 물러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이사로 강등시킨다면, 옐런 전 의장처럼 파월 의장도 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Fed 의장의 이사 강등을 Fed 전체 구성원들이 심각한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으로 간주하고 단단히 뭉칠 가능성이 크다. FOMC 위원들부터 앞장서 파월 의장을 FOMC 위원장으로 계속 유지시킬 가능성을 뉴욕타임스가 제기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 전문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제오늘일도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좋을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익도 없는 파월 의장과의 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Fed의 금리 인하를 재촉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