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세계 12위 산유국 멕시코가 2, 3위 산유국들이 주도한 감산을 거부하는 원동력은 멕시코의 국가기밀인 '숨은 무기'에서 비롯된다고 블룸버그가 1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이 무기는 멕시코가 평소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마련한 풋옵션이다. 아무리 국제유가가 폭락해도 멕시코는 특정 가격으로 석유를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놓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멕시코가 지난 20년 동안 이른바 아시아 스타일 풋옵션을 일부 투자은행과 석유회사들로 사들였다"며 "이는 월가에서 연간 최대 석유관련 거래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시오 날레 멕시코 에너지장관. /사진=멕시코 에너지부 홈페이지.
로시오 날레 멕시코 에너지장관. /사진=멕시코 에너지부 홈페이지.

막대한 풋옵션을 사들인 멕시코는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국제유가 폭락에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 이번에 "40만 배럴 감산은 못한다. 10만 배럴만 할 수 있다"며 산유국들의 일평균 1000만 배럴 감산합의에 동참을 거부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멕시코가 풋옵션 덕택에 지난 20년간 주요 고비마다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51억 달러의 효과를 얻었으며 2015년 국제유가 급락 때 64억 달러,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전쟁을 벌였을 때 27억 달러를 풋옵션으로부터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유비무환'의 실천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멕시코가 풋옵션 매입에 매년 10억 달러 가량을 지출해 왔다고 전했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지난달 10일 방송에서 "보험의 비용은 적지 않다"며 "그러나 보험은 바로 지금같은 때를 위한 것이다. 우리 재정은 타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멕시코 석유기업인 페멕스는 올해 일평균 23만4000 배럴의 석유에 대해 배럴당 평균 49 달러에 팔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멕시코는 위험회피를 위한 헤징을 국가기밀로 정한 이후 올해 옵션거래에 대한 정보를 극히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의회에서 멕시코의 옵션이 멕시코산 석유의 배럴당 49달러 거래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브렌트유의 배럴당 60~65 달러 거래에 해당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유가가 11월말까지 유지될 경우 멕시코에 옵션을 판매한 헤지펀드는 6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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