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과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분만 포기를 완화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인 문정림의원 등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문 의원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분만의료기관 및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감소, 전문의 부족에 따른 과중한 노동량, 의료사고 및 분쟁 위험성에 대한 스트레스, 의료분쟁조정법상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부담감, 의료 현실을 도외시한 저수가 등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회의 산부인과계에 대한 지원사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산부인과계가 무과실 분만사고에 따른 보상재원의 30%를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토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조항이 재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지난 주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관련 규정을 종합해 보면 개별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인 청구인들이 구체적인 액수의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을 납부할 의무를 지는 것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방법으로 계산한 비용을 부과하는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그러한 집행행위 이전에 심판대상 법령조항에 의해 청구인들의 권리관계가 직접 변동되거나 확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과실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에 대한 분만 의료기관 개설자의 분담이 실제로 이뤄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해당 조항만으로 분만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과 평등권이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이러한 결정에 산부인과계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실있는 곳에 책임있는 것이지, 무과실 의료사고까지 보상하라면 가뜩이나 힘든 산부인과들은 분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헌재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간판을 걸었어도 아이를 받지 않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번 결정은 이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의원급 산부인과는 2004년 955개에서 2012년 510개소로 줄었고 이 기간동안 폐업의원수가 개업의원보다 177개소가 많았다.

특히 분만의료기관은 1131개소에서 739개소로 43%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개업한 산부인과의원은 24개소인데 폐업한 곳은 52개소였다.

산부인과학회 조사(복수응답) 결과 상당수 전공의들은 분만의사가 되는 것에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분만 자체가 갖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발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87%) △분만관련 의료분쟁이 너무 잦기 때문(74%) △응급이 많으므로 개인 여가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70%) △낮은 산과 수가로 분만실 유지가 부담스럽다(57%) △분만의사에 대한 사회의 존중 결여(39%)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분만의사와 분만 의료기관이 더욱 줄어드는 등 분만 인프라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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