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고자 사람들은 초기투자 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특히 상가세입자들 사이에서 '폭탄돌리기'라 통칭되는 '권리금'의 경우 법적 보호 장치가 없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권리금은 전 임차인이 형성해놓은 단골고객이나, 영업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경우 1평당 600만원에 육박하는 권리금을 받아 25평짜리 점포에 권리금만 1억 5000만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가 평균 임대기간은 1.7년으로 법으로 실제 보장된 임대기간인 5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권리금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피해를 입은 한 세입자의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전국상가세입자모임의 농성으로 이어지며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방송내용을 살펴보면 은퇴후 한 50대 부부가 전 재산을 투자해 서울 연희동 주택가에 단독주택을 얻어 카페를 차렸다. 계약 조건은 2년 기간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400만원이었다. 기존에 주택이었던 건물을 카페로 바꾸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 건축물 용도변경에 카페 특성상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이었다. 보증금 및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에 이어 각종 영업에 필요한 투자비용까지 2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초기비용 과다지출에 경기부진까지 겹치자 두달치 임대료를 연체하고 말았고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카페주인은 다만 단골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얼마후 계약해지 내용증명이 담긴 우편물을 전달받게 된다. 영업 7개월만이었다.

피해자는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면 계약을 해주겠다는 합의를 해놓은 상태고 새로운 양수인도 나타났다"며 "그러나 집주인은 갑자기 돌변하며 강제철거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업장으로 쓰기 위해 양도를 막은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피해자 부부는 카페와 함께 주거도 하고 있었던 터라 쫓겨나기 무섭게  찜질방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한편 방송에선 전국상가세입자협회 고문 변호사인 김영주 변호사와도 인터뷰를 했는데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행자는 고문변호사에게 "월세가 밀릴 경우 보증금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변호사는 "그건 상가 임대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답변했다.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식으로 기다려줄 수도 있지만 바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그러다보니 상인들은 항상 권리금과 초기투자비용을 날릴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김영주 변호사는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유익비, 필요비, 부속물매수청구권도 임대차 계약시 포기약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피해사례가 발생하자 정부도 '권리금'에 대한 보호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계약기간을 5년으로 보장해 간접적인 권리금회수방안을 두고 있긴하지만 임대료와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4억원을 넘어가는 경우엔 보호받을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이번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통해  권리금 거래시 쓰이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이를 보호할 방침이다. 또한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해 건물주가 바뀔시에도 임차인이 쫓겨나는 일을 막을 방침이다. 아울러 상가권리금 관련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전담 분쟁조정기구도 설치할 예정이다. 환산보증금 상한선도 없애 누구든 5년은 계약기간을 보장하겠다는 방침도 정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도 권고일 뿐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인이 협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상가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 임차인간 세금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이면계약서가 성행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잘못된 '상관행'하에 이뤄진 권리금을 보호하는 것에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임대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아닌이상 산정방식도 없는 권리금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권리금' 문제는 상가세입자보호와 잘못된 상관행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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