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주 남은 트럼프, 중국에 더욱 맹렬 공격...원화환율 하락세 주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서울 외환시장의 초창기인 1990년대 원화환율의 수급은 전적으로 국내 외화의 수급이었다. 기업들의 수입결제가 많은 주초에 상승하고 수출대금이 들어오는 월말에 하락했다. 명절을 전후해 기업들의 현금수요가 많을 때도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환율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는 멀어졌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금융시장을 개방한 후인 2000년대 초에는 원화환율과 엔화환율의 동반 등락이 두드러졌고, 미국 뉴욕시장의 주가, 특히 첨단기술 주식의 가격에 따라 원화가치가 오르고 내렸다.

2010년대를 접어들어서는 원화환율과 엔화환율의 등락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전통화로서 엔화의 성격이 부각됐다.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분위기에 따라 신흥국통화인 원화와 안전통화인 엔화의 등락은 정반대가 되는 날이 많아졌다.

2015년을 지나면서 국제 외환시장은 원화에도 고유의 성격을 부과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원화가치를 세계 교역지표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교역이 활발하면 원화가치가 절상돼 원화환율이 내려가고, 보호무역주의가 심해지거나 주요 국가간 무역 갈등이 발생하면 원화가치가 절하돼 원화환율이 상승한다.

사진=AP, 뉴시스.
사진=AP, 뉴시스.

2019년 들어설 때 1달러당 1115.7 원이던 원화환율은 그해 말 1156.4 원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렬해지면서 원화환율이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더해졌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영향으로 원화환율은 12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아시아 지역의 경제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데다 지난해 원화환율을 띄워 올린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갈등이 두 나라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영향으로 원화환율은 2년6개월 만에 1100원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세계의 교역장벽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원화환율의 장기 하락요인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원화가치 절상 흐름이 이번 주 들어 주춤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련된 중국 관리들을 제재 대상에 올릴 것이란 로이터 보도 이후 외환시장에서 한동안 잊힌 듯 했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CNBC의 8일(미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7일 "중국은 최대 잠재시장이지만 역내의 주요한 군사적 경제적 위협요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국제적 규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에 대한 경제공세만큼은 뭔가 하나를 남기려는 듯한 기세를 풍기고 있다.

지난 3일부터 1100원 아래로 내려가 있는 원화환율은 이번 주 들어 하락세가 주춤하고 소폭 반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제 교역의 지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 1위, 2위 경제대국인 두 나라의 무역 갈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공세강화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화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7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마감할 무렵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6주 남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중국에 대한 공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책이 정반대로 바뀔 여지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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