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 급등 영향...올 들어 3월까지 발주 건수가 작년치 돌파
2년 후 신규 조선 인도 집중 땐 공급과잉 우려도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세계 해운업체들의 컨테이너선 발주 건수가 3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운업계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 수습 후에 국제 무역이 활황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셈이라고 파이낸설타임즈가 보도했다.

해운업계단체인 발틱국제해운협의회(BIMCO)와 영국 선박 중개 대형회사인 클락슨스(Clarksons)의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3월 컨테이너선 발주 건수는 72척, 물동량은 약 86만6000TEU((TEU는 20피트 표준 컨테이너 크기 단위)로 종전 최고기록인 2011년 6월의 50척, 57만TEU를 크게 웃돌았다.

약 10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2020년 연중 건수에 육박했다. 전자상거래(EC)의 급속 확대와 컨테이너 부족 등으로 운임이 급등하자 해운업체들이 선박 발주에 나선 영향이다.

해운업계에서는 그간 신규 조선 발주를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 조선업의 작년 수주 실적이 30년 만에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던 상태에서 최근 전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주로 부진에 허덕이던 아시아 조선업계에는 단비가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AP,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사진=AP, 수에즈운하관리청(SCA).

발주량 대부분은 초대형 선박이다. 발주된 선박 대부분은 지난달 말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해 6일간 운하를 막아 국제무역의 동맥을 차단한 초대형 선박 에버기븐 호와 거의 비슷한 규모로 BIMCO가 초대형선으로 정의한 1만5000TEU를 초과하는 컨테이너선이 45척에 이르렀다.

발주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만 TEU급 에버기븐 좌초로 세계 공급망이 혼란스러워지자 국제무역을 떠받치는 험난한 곳에서 초대형선을 운항해도 좋을 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BIMCO의 한 수석 해운애널리스트는 "선박 대형화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회사들이 계속 대형 선박을 고집하고 있음을 데이터에서 엿볼 수 있다"고 이 매체에 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컨테이너선 운항업계가 장기적으로 수익 개선을 목표로 선박 확보를 추진하는 가운데 초대형 선박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운항사 입장에서는 선박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지고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에즈운하 좌초 사고로 물류가 끊긴 결과 해상 컨테이너 운임은 더 올라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업계 담당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해운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공급 과잉에 빠져 각 회사 모두 이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있는 가운데 업계 재편과 기업연합 결성을 통해 경영 자원을 공유할 움직임을 강화해 왔다.

한편, 왕성한 수주로 조선업체들이 건조 능력을 증강해 2023~2024년 신규 조선 인도가 집중되면 해운업계가 다시 공급 과잉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국 해운업계 컨설팅회사인 드루리(Drewry)의 한 시니어 매니저는 "대량 발주가 계속돼 인도 시기가 분산되지 않으면 조선업계도 과잉 설비로 인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이 매체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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