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입원기간이 당초 예상과 달리 길어지면서 삼성그룹의 향후 동향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지 1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 측은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분위기다. 이날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도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은 민동권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고객의 마음을 얻는 서비스 혁신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는 등 예전 그대로의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가 이른바 '시스템 경영' 체제 아래 '흔들림 없는' 기업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기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향후 경영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재계 인사들은 이런저런 만남에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인사들은 그러면서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큰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막내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의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는 이어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후계구도 재편작업도 물밑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삼성 내부에서도 긴박한 움직임이 오가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내부에선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건상상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입원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 입원 장기화에 따른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경우 여러 갈래의 추측성 소문이 꼬리를 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의 미래 모습을 그리는 시나리오가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지주사체제 전환이다. 증권가에서는 세부적인 의견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숨가쁜 승계작업의 최종 종착지는 지주사 전환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현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이 큰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 오너 일가의 고민 중 하나는 삼성전자 등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다.

이미 지배력이 확고한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만약 상속으로 지분율이 일부 상실된다면 이건희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지분으로 현물 납입한다면 지분은 반으로 줄게 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최대주주이자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문제가 된다. 개정안은 비은행지주사가 자회사로 비금융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면 제조사인 삼성전자 지분(7.6%)의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핵심사업이나,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17.66%에 불과,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다 삼성생명의 지분까지 줄어들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후, 지주사와 에버랜드를 합병하는 '삼성전자홀딩스'를 만드는 방안과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삼성전자홀딩스를 각각 만든 뒤 모두 합치는 통합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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