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으로 현금가치 하락 우려...자산 방어 위해 금 선택
중국 · 인도 이어 미국도 금 수요 국가로...국제선물 시세에도 영향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미국에서 금 현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굵직한 경제 대책으로 넘쳐나는 미국의 개인 자금들이 금 현물로 향하고 있다. 올 1~6월의 금 및 코인 수요는 비교 가능한 2000년 이후에 최고치였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보석 장식품용 수요는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돈 가치의 하락을 피하기 위해 개인들이 자산 방어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인도가 중심이 되어 온 금 현물시장에서, 미국이 '제3극'으로 부상했다고 제시했다. 금의 국제 선물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조사기관인 월드골드위원회(WGC)가 집계한 올 1~6월 미국의 금 및 코인 관련 금 수요는 6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다. 보석 장식품을 위한 수요는 64톤으로 1.6배가 되었다.

금 현물 구매자로는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서 금을 선호하는 중국과 인도가 두드러졌고 보석 장식품에서는 두 나라에서 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왔다. WGC에 따르면 보석 장식품과 금과 코인을 포함한 1~6월 수요는 중국이 세계 1위로 485톤이며, 인도가 2위로 216톤이다. 최근 들어 3위를 차지한 미국과 인도의 격차는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금반지. /사진=뉴시스.
금반지. /사진=뉴시스.

미국에서 수요가 증가한 배경의 하나는 바이든 정권에 의한 개인 지원 정책과 주식 상승에 의한 가계의 여유자금이다. 미 연방준비이사회(FRB)에 의하면, 미국의 가계부문 저축은 지난 3월에 14조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여행 등은 아직 제한되어 있어, 보석 장식품 등의 구입으로 개인 자금이 향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은 미국의 가처분소득 증가 혜택을 현저히 받았다"고 WGC는 진단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과 코인의 투자상품으로 매력을 높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경제 정상화로 가는 가운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5, 6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부유층 이외의 일반 사람들도 인플레이션에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 마켓 애널리스트는 이 매체에 전했다.

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뺀 미국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권으로 깊숙이 가라앉아, 사상 최저수준에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물가상승의 영향이 커져 돈의 가치가 줄어든다. 미국의 개인들은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장기적인 자산 형성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금이나 코인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과거 리먼 사태가 일어났던 2008년에도 미국에서는 개인의 금 및 코인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금융 불안이 전 세계로 퍼져 개인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에 자금을 도피시켰다"고 WGC의 한 담당자는 이 매체에 피력했다.

이번 금 수요 급증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란 차이는 있지만 개인이 자산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현물 금 매입은 국제적인 선물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으로 시사되면서, 온스 당 1700달러 대까지 하락했던 뉴욕 선물시세는 최근에는 18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현물 수요의 증가도, 선물시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고 금융 및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이 매체에 견해를 전했다.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현물 금의 매수자로서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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