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김대섭은 강했다. 연일 강경남, 김대현 등 장타자들을 물리치고 한국오픈이라는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군에서 제대한지 불과 6번째 대회만의 우승이어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남자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린 천안의 우정힐스골프클럽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김대섭과 같은 단타자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 21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에서 열린 내셔널타이틀대회 '코오롱 제55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대섭이 그린자켓과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
 
게다가 김대섭은 연일 장타자와 싸워야 했다. 셋째날인 20일엔 장타자 강경남과 챔피언조에서 경기해야 했다. 김대섭이 불리해 보였다. 그도그럴것이 강경남은 장타자인데다 퍼팅까지 정교한 선수다. 누가봐도 강경남이 이길 것 같은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전날까지 펄펄 날던 강경남이 웬일인지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샷마다 왼쪽으로 감겼다. 힘이들어갔다는 얘기다.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결국 강경남은 김대섭과 공동선두로 출발했다가 오버파로 마감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이날 강경남이 무너진 것은 상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거리가 덜나가는 김대섭이 먼저 세컨샷을 날려 그린에 올려 놓거나 그린 근처에 갖다 놓고는 정확한 숏게임으로 안정적인 게임을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반면 긴장한 강경남은 티샷실수가 많았고 그린주변 플레이도 엉망이었다. 결국 3라운드는 김대섭의 완승으로 끝났다. 김대섭은 3라운드 합계 3언더파로 끝냈다. 여전히 선두였다.
 
21일 속개된 마지막 4라운드에선 또다른 장타자가 김대섭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미 PGA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최장타자 김대현이었다. 그는 어느새 3라운드 합계 3언더파로 공동선두까지 치고 올라와 있었다. 강경남을 피하니 더 긴 장타자 김대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넘으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4라운드 또한 장타냐 정확성이냐의 싸움이었다. 아주 흥미로웠다. 대회 시작전 김대현의 우위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장타자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게다가 김대현의 최근 기세가 남달랐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며 슬럼프에서 탈출한 김대현이었다.
 
그러나 4라운드 또한 정확도 높은 김대섭의 승리였다. 김대현은 4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친 반면 김대섭은 오히려 2타를 더 줄였다. 4라운드 합계 5언더파, 김대섭의 완승이었다. 김대현은 전날스코어인 3언더파를 유지하며 2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대회에서 김대섭은 무서운 사나이로 거듭 태어났다. 군 제대후 3번째 대회만에 우승하더니 6번째만에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장타자 킬러로 변신했다. 연필 길다고 공부잘하는 게 아니듯 골프에서 장타친다고 반드시 유리한게 아니라는 사실도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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