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3선의 중진 국회의원이다. 17대 국회에 처음 진출한 그는 당시만 해도 ‘익살의 달인’으로 상대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도 많은 ‘애증’을 이끌어냈다.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상대로 한 ‘꺾기’ 질문은 그의 초선 시절 ‘최고 걸작’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때도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그는 “금융권에서 ‘꺾기’란 말을 쓰는데 ‘비틀기’도 있고 하는데 왜 하필 ‘꺾기’란 말을 쓰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맞은 편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포함해서 회의장 곳곳에서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온 가운데서도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근엄한 표정을 지켜가면서 “혹시 대출받는 사람의 팔을 꺾는다는 말인가”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의 간사로 위원장의 회의진행을 대신하면서 “질의하신 의원님과 자신감 있게 답변하신 금감위원장님 모두 좋았습니다”라며 잔뜩 위엄을 부리는데 어느새 돌아온 ‘진짜’ 위원장이 이제 자기 자리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YTN 돌발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도 있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정훈 위원장의 초선시절부터 ‘아기곰 푸우’라는 별명을 지어 주기도 했다.
 
‘YTN 돌발영상’의 최고 주연감이던 김정훈 의원도 이제 중진의 반열에 접어들자 이미지에 변화를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 상임위원장이 된 지금은 앞장 서 말하기보다는 듣고 조정하는 위치가 됐다.
 
▲ 지난 9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왼쪽)이 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는 작심하고 모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김정훈 위원장은 이날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에게 파산한 저축은행의 재산 감정에 관해 매섭게 다그쳤다.
 
김 위원장은 예보가 파산 저축은행의 재산 감정을 안진회계법인의 감정 한번으로 끝내니 예금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의 ‘매’를 일단 모면하려는 김주현 사장이 “위원장님 말씀을 감안해서 처리...”라고 입을 열자 김정훈 위원장은 곧바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냐”며 “법원에서도 평가는 최소 두 군데에 맡겨서 평균을 내던가 하는데 예보는 한 번에 다 처리하는 거냐”며 추궁했다.
 
김정훈 위원장의 호통이 끝나자마자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김기식 의원이 곧바로 김정훈 위원장을 거들고 나섰다.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김기식 의원도 “예보가 눈에 보이는 비용만 체크하지 말고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함께 따져라”며 적극적으로 위원장을 옹호했다.
 
이어서는 새누리당의 간사인 박민식 의원이 “위원장께서 내가 오후에 질의할 내용을 지금 다 지적해서 오후에 뭘 해야될지 막막해졌다”며 “예보가 검증절차에 대해 언제 한번 설명을 해 보라”고 촉구했다.
 
모처럼 위원장이 한마디 하자마자 여야를 막론한 위원회 의원들의 호응이 이어짐으로써 김정훈 위원장은 자신의 ‘덕망’을 과시할 수 있었다.
 
이는 취재 현장의 기자가 보기에 평소 회의 진행에서 상임위원장의 ‘교본’을 철저히 지킨 덕택으로 풀이된다. 그는 같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상대 당을 자극할 때 쌀쌀하고 매몰찬 말투로 틀어막는 모습도 몇 차례 과시했다.
 
반면 야당의원들의 발언 시간 초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다가 도저히 수습이 안 될 때는 “시간 다 드릴테니 마음껏 얘기 하십쇼”라며 아예 간사에게 위원장 자리를 맡기고 나가버리는 ‘가출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정무위원회는 또 다른 경제분야 위원회인 기획재정위에 비해 정치적인 교전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제 19대 국회의 첫 번째 국정감사를 마친 마당이지만 김정훈 위원장의 ‘덕망’과 ‘카리스마’가 사상 유례없이 평화로운 정무위원회로 이끌어갈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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