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좀비가 심야에 서울 택시를 잡으려고 한다면?

 
결과는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과 같다. 날이 새도록 절대 택시를 잡지 못할 것이다. 날이 새도 사정이 달라질 것은 없다.
 
이유는 좀비 영화 매니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심야의 택시기사들에게 승객이 좀비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방금 전 벌어진 무슨 사건과 관련됐을 것 같은 외모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피를 흘리고 있는 형상이어서 택시 시트를 더럽힐 것 같다는 게 제일 큰 승차거부 이유다.
 
▲ 할로윈 파티에 좀비 분장을 하고 참석한 윌리엄 도란 씨가 '공포스럽게' 순대를 잡아먹고 있다.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한국에서 외국인 원어교사로 활동했던 윌리엄 도란 씨는 지난 2010년 홍대 앞 클럽에서 열린 할로윈 데이에 참석했다. 좀비 분장을 한 도란은 실감나게 옷에 핏자국도 그려 넣었다.
 
좀비 복장에 순대를 먹는 장면은 그야말로 효과만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날 밤 귀가 길에 있었다. 수없이 많은 택시에 신호를 보냈지만 아직 국내 택시는 인간과 좀비를 차별 못하게 강제하는 규정이 없는 상태다.
 
날이 새도록 그는 인근 건물 근처에서 지새워야 했다. 새벽 5시 첫 지하철이 도착해서야 그는 귀가 길에 오를 수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일제히 좀비를 거부한 결과로, 새벽 첫 지하철 승객들이 혼비백산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혹독한 할로윈 귀가길을 경험했지만 도란 씨는 시카고로 돌아간 지금도 시내 곳곳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닐 정도로 한국에서의 이런저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매년 10월31일은 미국과 유럽에서 할로윈데이로 요일에 관계없이 축제가 벌어진다. 한국에서도 언젠가부터 할로윈이 새로운 ‘명절’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것은 문화적 사대주의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할로윈 파티의 여러 가지 형식이 한국인들의 흥미를 끌면서 빠르게 우리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서구에서는 어린이들이 꼬마 귀신으로 분장해 집집마다 돌면서 사탕 등을 얻어가는 데서 출발해 어른들의 가면놀이처럼 확대됐지만 한국에는 ‘어른 버전’만 수입됐다.
 
현대자동차와 CJ프레시안 등 기업체들도 할로윈을 맞아 특별한 기획 이벤트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어른들도 ‘동심’의 코드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요즘 추세에서 할로윈은 또 하나의 문화 코드로 두각이 되고 있다. 상업성이 결부되기도 딱 알맞은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 현대자동차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지난 27일 개최한 할로윈 파티의 홍보 사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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