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책 영향...작년 6천 건 밑돌아 전년 대비 17% 감소
코로나 영향 높았던 음식 · 숙박업 도산 건수 '급감'
올해 원금상환 유예 종료 · 원재료 가격 급등 속...도산 증가 조짐도

일본 도쿄 거리. /사진=AP, 뉴시스
일본 도쿄 거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 기업들의 도산 건수가 역사적으로 적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쿄상공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작년 도산 건수는 5980건으로 1964년도 4931건에 이어 5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한 자금융통 지원 정책으로, 대출상환 능력이 낮은 회사의 도산까지 억제한 측면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 급등 우려도 있어 도산이 돌연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제시했다.

작년도 도산 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17% 줄었다. 전년도를 밑돈 것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2년 연속이다. 상장기업의 도산은 2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도산한 기업의 총부채는 1조1679억 엔으로 3% 줄어 1973년도(9055억 엔)에 이어 48년 만에 최저치였다.

도산은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업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음식업 도산 건수는 22% 감소한 612건, 숙박업은 44% 감소한 71건이었다. 운수업은 7% 증가인 244건으로 2년 만에 전년도를 웃돌았지만, 저수준으로 억제되고 있다.

도산이 줄어든 것은 정부 주도의 자금융통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매출이 줄어든 기업에 실질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로 제로 융자'의 실행액은 2020년부터 작년 말까지 약 42조 엔에 이르렀다. 금융기관도 상환유예에 적극 호응해 도산을 막아왔다.

다만 향후 전망과 관련해 도쿄상공리서치는 "기업 도산은 여름에 걸쳐 바닥을 치고 완만한 증가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미디어에 제시했다.

우려스런 요인 중 하나는 차입금의 변제다. '제로 제로 융자'의 원금거치 기간은 이번 봄부터 상환이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당겨 변제에 임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실적개선이 늦는 기업도 많아, 원금 상환이 자금융통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엔화가치 약세와 이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가격 급등도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밀, 원유, 천연가스 등의 공급 부족도 우려된다. 기업정보 분석회사인 제국데이터뱅크가 지난 3월 전국 2만4000개 회사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도산 증가 징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집계는 3월 한 달간 도산건수가 59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 줄었지만 이 중 코로나19 여파로 도산한 '코로나 관련 도산'이 205건으로 2020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200건을 넘어섰다.

또한 제로 제로 융자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이점이 있는 반면 금융에 의한 규율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사업자 측의 경영에 느슨함이 생긴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 혼란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채 축소나 사업 재생에 임할 수 있을 지가 향후 초점이 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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