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면도크림과 면도날을 들고 섰다. 그의 앞에는 또 다른 재벌이면서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소유자인 빈스 맥맨 회장이 붙잡혀 애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하얀 크림을 맥맨의 머리의 잔뜩 바른 후 맥맨의 머리털을 남김없이 모두 날려버렸다. 두 사람의 충돌 과정에서 심판 역할을 한 WWE 수퍼스타 스톤 콜드와 승리의 쾌감을 공유한 지 불과 몇 초 후. 스톤 콜드의 필살기 스터너가 트럼프의 턱을 향해 작렬했다.
 
▲ WWE에서 최고스타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의 스터너를 맞고 쓰러진 장면을 연출한 도널드 트럼프.
수조원대 재산을 가진 트럼프는 처참한 모습으로 링 위에 쓰러지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 관중들은 더 크게 환호했다. 2007년에 벌어진 WWE의 한 장면이다.
 
물론 빈스 맥맨의 머리털이 모두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이것은 모두 연출된 상황이다. 미국의 서민들에게 트럼프 같은 갑부가 공공장소에서 굴욕 당하는 장면을 헌납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도널드 트럼프는 실제로 스터너를 얻어맞은 듯한 ‘정서 붕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때 요즘 흔히 쓰는 어휘가 일본 야동업계에서 나온 말이라 해서 ‘정서 붕괴’로 고쳐 표현한다.)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의 여파다. 진작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의혹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져 ‘버더(birther)’ 운동의 지도자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트럼프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 도널드 트럼프. /유투브 화면 캡춰
그는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 워싱턴에 가서 집회를 열고 이런 엉터리를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지옥까지 가서라도 싸워서 이렇게 엄청나고 역겨운 불의에 맞서 싸우자! 세계는 우리를 비웃고 있다. 이번 선거는 완벽한 협잡이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위대한 나라는 이제 분단됐다! 우리 나라는 전대미문의 난국에 빠졌다. 선거인단 제도는 민주주의의 재난이다”라고 내뱉었다.
 
앞서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대학시절 성적표와 여권 기록을 공개하면 그가 지정하는 자선 재단에 5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지난 2002년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불만을 품은 한 시민이 전자개표 조작 소동을 일으켜 수사 끝에 오히려 자신이 구속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5년 전 최고의 레슬러에게 얻어맞은 스터너의 후유증이 이제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