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이 매우 불안하다.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노인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만성질환자 증가, 값비싼 신의료기술 확대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입-지출구조가 유지된다해도 건강보험 재정은 2030년에 최소 22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에는 건보재정확충방안이 한 줄도 들어있지 않다. 보험료율 인상,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확대를 위한 증세 등은 대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감표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선 세 후보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경제적 추가 부담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심성 공약만 빼곡하다. 실현가능성은 아예 뒷전으로 밀린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 확립 등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보건의료 분야 공약이라고 해서 공식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한 100% 건강보험 적용,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7일 환자가 연간 100만원 내에서 모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건의료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선택진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하는 비급여 진료를 대거 급여권에 포함시켜 돈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계가 불만을 품고 있는 현행 진료 수가를 적정선으로 조정하겠다고도 했다. 수가를 올리겠다는 얘기다.

의사출신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보건의료 공약이라고 해서 공식으로 내놓은 아니지만 그의 저서에서 국공립 의료시설 비중이 전체의 10%에 불과해 공공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 이 부분을 대폭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의료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오바마 케어)을 단행하면서 모범사례로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80%이상을 확보한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건강보험료율에 기인한 바 크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직장)은 5.9%로 13% 이상인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2010년 1조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평균 14% 보험약가를 인하해 소폭 흑자를 냈다.

한국지역학회와 연세대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결과 현재의 보장률을 70%로 높이려면 현헹 보험료율을 9%로 올리고 정부 지원을 14%에서 20%로 확대해도 연간 9조7000억원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 보장률을 90%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20조원정도가 추가로 투입돼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추세다. 이에 따른 의료비 급증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65세이상 고령인구는 지난 2002년 334만명에서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518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0%를 넘었다.

이들이 지난해 쓴 의료비는 15조원으로 전체국민 진료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노인 의뵤비는 앞으로도 더욱 크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현재의 건보 보장률을 유지한다해도 건보재정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 구조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부담을 늘이지 않고 의료수가를 올리고 보장률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실천이 불가능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하는 꼴이다. 중요한 것은 테오리아(공약, 이론)가 아니라 프락시스(실천)이다.

40조원의 건보재정에서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해도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 없이는 대선후보들의 공약 실천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선후보들은 대책없이 장밋빛 공약만 남발하지 말고 구체적인 재정확보방안을 마련해 실천가능한 보건의료 공약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황당한 공약에 현혹될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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