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핵심 기안자... '헬리콥터 머니' 주장 관철위해 해외 인사 동원

▲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이번 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만난 것은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논의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와 버냉키 전 의장의 면담을 주선한 사람은 아베 총리의 경제 측근인 혼다 에츠로 스위스 주재 일본대사라고 블룸버그가 14일 보도했다.

혼다 대사는 지난 2014년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기 전에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일본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혼다 대사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데 이들의 명성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혼다 대사는 지난 2013년 아베 총리에게 대대적인 부양정책을 펴도록 설득한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다. 블룸버그는 혼다 대사가 대장성(현재 재무성) 관리를 지냈으며 30년전 결혼식 피로연에서 아베 총리를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혼다 대사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자신이 버냉키 전 의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일본이 언제든 다시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헬리콥터 머니가 이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헬리콥터 머니는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일본은행이 사들이는데 만기를 특정하지 않는 영구 채권이 되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의 제안을 아베 총리에게도 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혼다 대사는 이번 12일의 만남을 주선했던 것이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 고이치 하마다는 버냉키 전 의장이 아베 총리에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조합해 아베노믹스를 지원할 것을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버냉키 전 의장이 헬리콥터 머니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장관은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헬리콥터 머니를 고려하고 있다는 산케이 신문의 보도를 부인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아베 총리를 만나기 하루 전인 11일 구로다 총재와 오찬을 가졌다. 일본은행은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헬리콥터 머니가 일본의 법체계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혼다 대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 또한 일종의 헬리콥터 머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석학이 헬리콥터 머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아베 총리가 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서 엿보이는 정황은 헬리콥터 머니가 일본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혼다 대사는 이를 열렬히 성원하고 있음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버냉키 대사를 이번에 일본으로 초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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