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추궁할 때 질문시간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은 이미 몇 차례 울린 뒤다.

김 의원은 기업은행이 잘 나가는 집 자제들을 모아 1억원 돈을 들여 해외 여행시킨 ‘미래 경영자클럽’의 실태를 추궁했다.

권 행장은 처음에는 “클럽 자체 운영을 위주로 한다”고 하다가 “미래 기업은행 고객이 될 사람들이라서”라며 사실상 혜택을 주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언성을 높이며 권 행장을 다그쳐 국정감사 종료 분위기에 젖어가던 회의장 분위기가 돌변했다.

시비를 가리는데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말려들어 “취지를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권 행장도 “지원을 줄여 클럽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100% 자립이 아닌 이상은 있는 집 자제들 접대한 꼴이 됐음을 부정하기 힘들게 됐다.

무표정하게 회의를 진행해 오는 이진복 정무위원장(새누리당)이 “김 의원께는 질문시간 1분을 더 드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안색을 누그러뜨리며 “임종룡 위원장이 아까 김 의원의 질문에 ‘좋은 지적입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더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장에 웃음이 터지면서 팽팽한 긴장이 풀렸다. 의원들 뿐만 아니라 출석 관료와 기관 직원들, 보좌진들 표정이 다시 수업 끝나가는 학생들 얼굴로 바뀌었다.
 

▲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사진=뉴시스.


새누리당의 간사인 유의동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까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께서”라고 말문을 열었다.

혹시 전에 상대당의 금기를 건드리는 발언에 대해 또 다시 ‘한바탕’ 벌이려나 싶은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3당 간사가 수고하셨다는 덕담을 민 의원이 하기로 돼 있었는데 안했다”는 ‘항의(?)’였다.

유 의원은 이어 “나머지 질문은 모두 서면으로 하겠다”며 화끈하게 ‘종강 모드’에 동참했다.
 

▲ 유의동 의원(오른쪽)이 "왜 '3당 간사 수고했다'는 말 안해요?"라고 항의(?)하자 김선동 의원이 '무슨 말을 하려나 했네'라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사진=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야당의원들 또한 금융부문에 대한 종합감사가 벌어진 18일, 포괄적 의혹제기보다는 각 기관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실무적으로 지적했다. 여기서 지적된 내용은 기관들이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를 별도로 보고해야 된다.

정치 경제를 포괄해 여야간 격돌이 상시 발생하는 정무위원회에서 이런 모습은 흔치 않다. 이로부터 1년 후에도 이런 모습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내년 이맘때는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모두 드러나는 시점이다.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1차 공격지대가 정무위다. 대부분 의혹이 피해가기 힘든 금융영역을 소관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친박중의 ‘극우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의원이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2012년 대통령선거 직전의 정무위원회였다. 당시 유력한 야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 측 유일한 의원인 송호창 전 의원도 정무위원회에 앉아있었다.

정무위원회의 2016년 훈훈한 분위기는 내년 피터지게 싸우기 직전에 올해는 ‘웃고 마무리합시다’라는 의미는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