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변호사 "외국인들은 한국의 자본시장에 실망했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근 한국의 주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원화환율이 급등락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여파라고 흔히 얘기한다.

그러나 일부 투자전문가는 이런 시각의 허점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다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나 외국 문제와 전혀 무관한 한국 자체의 분명한 잘못이 있어서 외국의 모든 투자자들이 냉소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그걸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이다.

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의 삼성동 부지 매입이 추가된다.

양대 재벌의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경영판단과, 국민연금 등에 타격을 안겨줄 정도로 무리수가 가해질 수도 있었던 합병 추진이 한국 시장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 그 여파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한 서스틴베스트 소속이었던 이지수 변호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합병 자체에 크게 실망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일련의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하나도 작동을 안 한 문제라는 점에서 실망이 컸다”고 했다.

그는 1차로 언론이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이 이를 반영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장치들은 거의 작동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에 대해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던 국제 투자자들은 합병 찬성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외국 투자자들을 그 당시에 많이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의 자본시장이 이렇게 후진적으로밖에 못 움직이냐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전 10여 년 동안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계속 표방해왔고, 실제로 그런 노력들을 보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그런 의지를 과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라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또 한 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했다면 한국 시장은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삼성의 편을 들어주는 순간 ‘역시 너희는 안 돼’라는 냉소 분위기에 빠졌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한국 경제는 이미 한 차례 커다란 실망을 안겨줬다고 그는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삼성동 부지 매입이다.

이 변호사는 두 사안에 대해 “양대 재벌의 이기적인 행태인데, 회사 자체를 위해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총수 차원의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외국의 반응에 대해 “맨해튼 최고건물 5개를 합쳐놓은 값을 치르면서 그 땅을 사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부지 매입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수조 원의 투자를 하는 20대 투자자들을 만나봤는데 ‘과연 제정신이냐’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던 차에 삼성물산 합병이 확실한 도장을 찍어줬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이런 부정적 기류에 따른 여파는 그때 잠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라는 다른 요인에 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도 외국 투자자를 만났는데 지금도 삼성과 엘리엇 상황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뒤집을 수는 없다”며 “과거 행위를 처벌할 수는 있지만 이미 주주들이 다 없어진 마당에 이미 헝클어진 자본시장을 교정할 수 없다. 자본시장은 앞으로 나갈 뿐이지 뒤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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