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도 너무나 변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국회의원에 대한 얘기다. 

 
남 의원은 지난 5일 22명의 동료의원과 함께 재벌들의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 직접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며 법안을 설명할 정도로 선봉에 나섰다.
 
하지만 남경필 의원의 이런 모습은 8년전 재벌 개혁 논란이 한창일 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4년에는 순환출자의 ‘워밍업’ 격인 출자총액제한에 대해 정치권의 논란이 거셌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개혁 공세에 맞서고 있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남 의원은 국가안보와 경제상황을 비교해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도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표적인 기업도 적대적인 기업 인수 및 합병(M&A)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막아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벌들의 주장을 적극 옹호했었다.
 
이랬던 사람이 8년이 지나 “재계가 자꾸 엄살을 부리면 할리웃 액션으로 퇴장시키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이미 국회의장급인 ‘5선’에 이르는 동안 정면승부보다는 융통성있는 상황대처가 돋보인 남경필 의원이다.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최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 배경에는 또다른 인물의 ‘뚝심’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사진)이다.
▲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이 최고위원은 17, 18대 재선의원을 지낸 ‘친 박근혜’ 인사다. 박근혜 의원이 당의 주도권을 잃었던 18대에서는 치열한 당내 투쟁 끝에 자신의 지역구를 지켰지만, ‘주군’이 돌아온 19대에서는 오히려 지역구를 양보해 현재는 원외인사다. 이것은 철저하게 조직의 인물을 자처하는 이 최고위원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총선 때 그는 비록 출마는 안했어도 온갖 토론회에 당의 패널로 나서며 선거전에 몰두했었다. 또한 초선 때부터 금융시장에 대해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매섭게 몰아붙일 정도로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친박’그룹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한때 이혜훈 최고위원의 충성심이 흔들린 적이 있다고 꼬집은 적이 있지만 그는 지난 5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당하게 ‘원외 지도부’로 입성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순환출자 해소에 이어 은산분리 뿐만 아닌 광범위한 금산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은행 뿐만 아닌 증권 보험업까지 포함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재벌들 대부분이 계열금융사를 거느리고 있는 마당에 또 한 차례의 논란을 예고한 것이다.
 
적잖은 국회의원이 ‘부자세습’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최고위원은 특이하게 ‘며느리 세습’을 한 경우다. 시아버지인 김태호 전 의원은 진작부터 식구 중에 정치를 할 만한 사람은 며느리인 이 최고위원 뿐이라고 평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 최고위원의 남편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하지만 남경필-이혜훈 두 사람의 추진 법안이 모두 당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경제정책 법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친박' 경제전문가는 유승민 의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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