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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 처럼, 바람 막아 줄 상사 '어디 없나'...김병희 칼럼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2)...'지포' 방풍 라이터 광고의 교훈
김병희 서원대 교수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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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7  07: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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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 PR학회 15대 회장] 일터의 애환을 담은 <미생>(tvN, 2014)이나 <자체발광 오피스>(MBC, 2017)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누구나 한 두 번은 보았을 터. 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모았던 데는 정말 진상 짓하는 직장 상사가 감초처럼 등장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직장에는 여러 유형의 상사가 있다. 팀원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사례는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사장님께 칭찬받을 만한 일은 자신이 결재 받으러 가고, 대신에 혼날만한 일은 아랫사람을 시켜 결재를 받아오라고 시키는 상사. 종일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가 꼭 퇴근 한두 시간 전에 업무 지시를 하고 슬쩍 자리를 뜨는 상사. 위의 지시니까 자신도 어쩔 수 없다면서 노상 웃전 핑계만 대는 상사. 자신의 상사로부터 팀 전체가 혼나는 자리에서 팀원에게 왜 일을 그따위로 했느냐며 책임을 전가하고 한술 더 뜨는 상사.

그런 상사들 다 사라지고 확실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상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포 광고를 보며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그런 상사를 기대해보자.

지포(Zippo)의 방풍 라이터 광고 ‘마릴린 먼로’ 편(1960)에서는 방풍(防風)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세찬 겨울바람 속에서 행여 불이 꺼질까싶어 외투 깃으로 라이터를 가리며 담뱃불을 붙여 본 분들은 알리라. 라이터 불을 붙일 때 방풍이 얼마나 중요한 지. 광고를 보면 지하철 송풍구의 바람에 날려 올라가는 치마를 마릴린 먼로가 손으로 누르는 장면을 그린 삽화가 지면을 압도한다.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순간을 그대로 차용한 것. 이 장면 하나로 먼로가 세계 최고의 섹스 심벌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방풍(WINDPROOF)”이라는 간명한 헤드라인 아래, 지포라이터가 바람을 잘 막아준다는 소비자 혜택을 상세한 보디카피로 설명하고 있다. 지면 왼쪽에 라이터 5개를 마치 불이 타올라가듯 세로로 배치한 디자이너의 감각도 일품이다. 광고 창작자들은 모두가 그 장면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 광고 소재로 활용했다. 그냥 먼로만 등장했다면 보통 수준의 표현에 머물렀을 터. 하지만 스카프가 수평으로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에 치마가 휘날리는 것을 막으려고 광고 모델이 손으로 치마를 누르면서까지 담뱃불을 붙인다면, 방풍 라이터의 장점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표현으로 승화된다.

이밖에도 지포라이터의 명 광고는 셀 수 없이 많다.

“비바람 속에서 구조요청을 할 때도 지포라이터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견됐는데도 여전히 작동됐다”
“5억개의 라이터 중 수리 받은 제품은 800만개에 불과하다”

지포라이터는 1932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드퍼드라는 작은 도시의 어느 창고에서 조지 블레스델(George G. Blaisdell)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포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때 미군 병사들에게 라이터를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종군기자 어니 파일은 지포라이터를 갖고 싶어하는 장병들의 마음을 ‘지포 증후군’으로 묘사했다. 그뿐이겠는가. 1965년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 육군의 안드레즈 중사가 교전 중에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지만 군복 윗주머니에 있던 지포라이터에 총알이 박힌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우리나라에도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으로부터 지포가 소개되면서 중장년층 애연가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았다. 지포라이터는 흡연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금도 전 세계 16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포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생활 용품을 뛰어넘어 미국을 상징하는 소비 문화상품이 되었다. 여성에 비해 액세서리가 부족한 남자들은 라이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뚜껑을 열 때 딱~ 하는 독특한 소리가 나는 사각형의 지포라이터. 그래서 사람들이 1회용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일 때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지포라이터로 붙일 때, 담배 빠는 그 맛을 다르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지포의 방풍 라이터처럼 바람막이를 해주는 상사가 될 수는 없을까? 잘 된 성과는 아랫사람의 공으로 돌리고 문제가 생기면 확실히 책임져주는 관리자 말이다.

경영학의 세부 영역에 인사관리 분야가 있다. 사람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니 스마트 시대의 경영 환경에 비춰보면 인사관리란 버려야 할 표현이다. 인적자원을 개발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인사관리 대신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로 바꿔야 마땅하다.

겨울날에는 세찬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날에는 큰 나무 같은 그늘이 되어주어, 닮고 싶은 롤 모델의 꿈을 아랫사람에게 심어주는 상사야말로 진정으로 인적자원의 운용을 잘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상사로부터 엄청 혼나고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지금 막 담뱃불을 붙이는 분도 계시리라. 담뱃불을 붙이며 목구멍이 포도청인지 아니지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잠시나마 시인의 마음으로 자기만의 다른 꿈을 꿀 수도 있겠다.

프랑스의 사상가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불의 정신분석』에서 “나는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과학적 이성보다 시적 상상력에 주목하는 게 불의 정신이라는 뜻이다.

라이터를 켜는 순간,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의 꿈에 불을 붙이는 건 아닐까 싶다. 회사 경영이든 집안 경영이든 경영을 제대로 잘 하고 싶다면, 인사관리만 하려하지 말고 인적자원의 꿈에 점화(點火)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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