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극우 패권주의에 맞서 창당... 이념 차이보다 더 큰 공통점

[초이스경제 장경순 칼럼] 이번 대통령 선거를 ‘미완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주된 이유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활약에 있다. 본지의 국회 경제 분야에 대한 오랜 취재과정에서 돋보인 두 당이 대통령선거와 같은 중앙정치에서도 본연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불안심리 자극과 같은 구태가 아니라 토론회 맹활약과 같은 논리적 상식을 앞세운 선전을 펼쳤다. 두 사람 모두 200만 표를 넘는 득표를 한 것은 앞날에 대한 중요한 예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득표율이 10%에 못 미친 것은 약간의 아쉬움을 낳고 있다. 국민 정서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15% 보장’하는 자질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표방지론’의 폐해를 두 당이 나눠서 짊어졌던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두 후보에게 표를 안 준 사람들도 이런 결과를 아쉬워하고 있는 점이다.

두 당 사람들 입장에서는 “표도 안주고 아쉽다는 건 무슨 심보냐”고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는 이번 한 번 하고 말 것이 아니다. 잠재지지층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이념적으로는 지금의 5대 정당 중에서 각각 맨 왼쪽과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해당한다. 1~5번 가운데 1번과 4번이니 이념적으로는 상당히 큰 거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두 당은 너무나 비슷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우선,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의 의정활동과 이번 대통령선거, 특히 토론회를 통해 두 당의 참신한 국정파악능력을 확인했다. 대부분 2004년 17대 국회 때 초선이었던 두 당의 주요 인사들이 때 묻지 않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도 국민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국회 의정활동에서는 13년에 걸쳐 경제 분야에서 놀라운 정책안목을 과시해 왔다.

이와 함께 두 당은 선거의 오랜 문제인 ‘사표방지 심리’의 극심한 피해자가 됐다. 대통령선거 뿐만 아니라 앞으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당 모두 더 큰 정당들의 합당이나 연대 공세에 시달릴 소지도 있다.

두 당의 공통점은 또 있다. 기존 정당 기득권층의 상식에 벗어난 패권주의에 저항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 종북주의에 대한 반발로 분당하면서 생긴 정당이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내의 이른바 ‘동부연합’ 패권주의를 배격하기 위한 당원대회가 파행을 겪자 심상정 노회찬 등 주요 인사들이 분당을 결심하면서 정의당이 탄생했다.

바른정당이 예전의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상대가 극좌 노동운동세력과 극우 친박인 것만 다를 뿐이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오른쪽)가 지난 4월23일 TV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 두 당이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받은 국민들의 호감이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많은 국민들은 이미지가 좋은 정치인들이 정계개편 등의 과정을 통해 다른 거대정당의 ‘얼굴 마담’으로 흡수돼 버리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이것은 대중들에게 정치회의를 유발하는 흔한 과정이다.

이런 우려를 일소하는 첫 번째 길은 두 당이 모두 자기의 존재를 확실히 다지고 인식시키는 것이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이 몇 가지 정책 어젠다를 선정해 이를 관철시키는데 합의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5대 정당 가운데서 이념적으로 1번과 4번 정당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그것은 상식이 잘 지켜진 정치무대에서의 생각이다.

국정농단으로 기본 질서가 크게 무너졌다면, 이념을 떠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는 서로 협력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프랑스도 2015년 지방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의 승리를 막기 위해 사회당이 자기당 후보들을 사퇴시킨 사례가 있다. 극단적 포퓰리스트를 저지하기 위해 사회당의 오랜 숙적인 공화당 승리를 도왔던 것이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이념적 차이가 있어서 합당은 논리적으로 불가하다. 그러나 일정한 수준의 협력은 두 당을 다른 거대정당의 중력권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앞으로 많은 합당이나 연대 논의에서 두 당이 덩치가 작다는 이유로 객체로 전락하는 것도 막아준다.

정치인들은 예전의 ‘3김 정치’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풍미했던 3김시대를 공개석상에서는 구태라고 표현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터놓는 자리에서는 그만한 정치인이 나오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다.

3김정치의 핵심 자체는 정치적으로 전혀 비난할 것이 못된다. ‘우리를 지지하는 표는 절대 다른 데로 새지 않게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3김은 자기 지지층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기획능력, 시간 포착 감각,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을 갖췄던 사람들이다.

1988년의 3김 연대를 통한 여소야대 국회, 1989년의 김영삼-김종필 작은 연대, 1997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은 모두 각자의 지지층을 다지고 또 다진 계기들이다.

정당의 이념적 격차를 넘어 연대에 이르는 원동력에는 지도자의 카리스마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국민적 염원이다. 3김의 카리스마 또한 그런 염원을 잘 파악한 데서 나온 것이지 절대 국민에 역행해가면서 쌓은 게 아니다.

이념적 순수성을 지향하는 정의당 또한 2002년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이래 제도권 정치에 도전한 것이 15년에 이르고 있다. 정치과정을 통한 결과 창출을 무조건 순수성의 아래 순위에 둬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은 모처럼 다양한 정당들이 중도 사퇴를 안하고 끝까지 경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정치적 부가가치’가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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