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밤(한국시간) CNN을 상징하는 사람을 구타하는 동영상으로 또 다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본지가 지적한대로, 그의 정신이 온통 언론과의 싸움에 몰두해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소동은 대통령이 언론을 상징하는 인물에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거리낌 없이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2007년 4월1일 열린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레슬매니아23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WWE의 빈스 맥맨 회장과 ‘승자가 패자의 머리를 박박 미는’ 조건으로 대리경기를 치렀다.

워낙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경기여서, 경기의 심판 역시 WWE 최고 스타 가운데 하나인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이 맡았다.

맥맨 회장이 직접 악역을 자처하며 인기몰이를 하는 WWE 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착한 편’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을 대신해 바비 래쉴리와 우마가가 경기를 펼치고, 트럼프와 맥맨은 각각 링 사이드에서 자기 선수의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문제의 동영상 장면은 맥맨 회장이 심판인 오스틴의 주의를 교란시키기 위해 소란을 떨고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돌진해 그를 쓰러뜨리고 주먹세례를 퍼붓는 상황이다.

“운동을 너무 하면 미래에 쓸 에너지를 고갈시킨다”는 지론을 가진 트럼프의 주먹질은 WWE에서 평균적으로 등장하는 주먹질에 비해 외견상으로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지만, 맥맨이 시합을 교란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틈에 트럼프 측 선수인 래쉴리는 맥맨 측의 우마가에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 조건대로, 트럼프와 오스틴은 맥맨을 링 가운데 붙잡아 놓고 그의 머리에 면도 크림을 바른 후 말끔하게 삭발을 해버렸다. 대머리가 된 맥맨 회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퇴장한 후 오스틴은 특유의 맥주 축하 세러머니를 트럼프 대통령과 펼치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돌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필살기인 ‘스터너’를 작렬했다. 관중들은 야유가 아니라 또 다시 환호를 보냈고, 트럼프가 링에 쓰러진 상태에서 오스틴은 진정한 맥주 세러머니를 펼쳤다.

WWE는 이 때의 ‘스터너’를 오스틴의 ‘역대급 15대 스터너’ 가운데 3위로 평가했다.
 

▲ WWE의 2007년 레슬매니아23에서 특별심판 스티브 오스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스터너를 작렬하고 있다. /사진=WWE 홈페이지.


‘비즈니스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쓰러지는 역할을 맡은 부분을 제외하고 맥맨을 때려눕히는 장면만 10년이 지난 현재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각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맥맨 회장의 머리를 박박 밀었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상당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레슬매니아23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3년 맥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WWE 명예의 전당에 올리기 위해 그를 다시 WWE 현장으로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때 관중들이 야유하자, 맥맨 회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관중들이 상당히 특정 정파적인 사람들이란 것을 도널드가 곧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능청을 떨었다.

WWE 명예의 전당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축출된 피트 로즈도 올랐다. 로즈는 지금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초특급 선수였다. 그러나 감독 겸 선수 시절 승부조작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축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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