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난 주 미국 언론은 마치 북한 특별판과 같은 모습이었다. 올해 내내 미국 정가를 달구고 있는 ‘오바마 케어’는 북한 관련 뉴스에 밀려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취임 이후 극심한 논쟁의 한 편을 자처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처럼 합심된 분위기 속에 북한 위협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주말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폭력시위가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모두 톱뉴스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서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하고 있다.

샬러츠빌 시의회가 남북전쟁 때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E 리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 12일 나치주의자와 KKK 등 극우단체들이 집결해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들에게 항의하는 반대 시위대에는 차량이 돌진해 한 여성이 사망했다. 인근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 헬기가 추락해 두 명의 탑승자가 사망하는 일도 겹쳤다.

민주당 소속인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늘 샬러츠빌에 들어온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나치주의자들은 떠나라. 당신들은 이 위대한 지역에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고 성토했다.
 

▲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오후(한국시간) 웹사이트 제호 아래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 죽었다”는 문구로 버지니아 주 폭력시위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으로 더욱 격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짤막한 성명을 통해 “많은 세력들 간의 혐오, 편견, 폭력이 지독하게 표출된 것을 강하게 비난 한다”고 밝혔다. 폭동의 주도세력을 지칭하지 않고 반대 시위자들까지 책임을 돌리는 듯한 표현으로 더욱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폭력시위를 벌인 극우주의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지지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에 둔 극심한 편 가르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극심한 갈등 끝에 일부에서 미국과 북한의 접촉사실이 전해지기 시작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미국 내 갈등으로 인해 지지율 추락을 겪거나 그의 행정부가 불안정해 질 경우, 북한이 대화보다 긴장 구도를 장기화하는 선택을 할 소지도 있다. 트럼프 정권과 ‘통 큰’ 합의를 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의 강경대치 속에 반대급부로 미국인들의 합심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뜻밖에 자신의 과격 지지층들로 인해 모처럼 얻어낸 국민적 지지에 균열이 갈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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