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높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는 공통점이 있다

▲ 서울 시민들이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칼럼] 역대 정권이 높은 지지율을 누리다가 인심을 잃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자만한 결과, 정권 핵심들이 공정성을 잃고 사리사욕을 탐하다가 통치력을 잃거나 심지어 퇴출된 정권도 있다.

또 어떤 정권은 지지율 높은 틈을 타, 정권 내 몽상가들이 전부 현실성도 없는 자신만의 숙원을 실험해보는 대상으로 국정을 수행하다 인기 없는 얼치기 정권이 되기도 했다.

세부적 이유는 이렇게 제각각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높은 지지율을 의식할 때가 인기하락의 시작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가 취임 초 80%도 넘기는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지지율이란 회귀의 관성이 있어서 임기 내내 80%를 유지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에 눌려 있던 비판세력들이 뭐라도 꼬투리를 찾아서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래도 ‘높은 만큼 떨어지는 것도 급속한’ 그런 최악의 경우는 절대 피해야 하고, 정치를 원만히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최근의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원인이 이런저런 것이 제시되지만, 역시 제1요인은 한반도 정세 불안과 그에 대한 대처다.

민간에서는 ‘한반도 핵무장’ 주장이 갈수록 확산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포퓰리즘의 색체가 가득하고 무조건 소리질러보자는 식의 핵무장론이 절대로 타당한 의견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정치의 장으로 넘어왔을 때 얘기고, 일반 국민들이 그런 주장에 갈수록 호감을 보이는 건 명백한 현실이다.

페이스북에서는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부터 슬슬 정부에 대해 이것저것 꼬투리 잡는 푸념들이 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앞선 정권이 완전히 체면을 구기면서 쫓겨난 것에 대한 민망함을 보상받으려는 심정에서 트집을 잡는 것들이 상당수였다.

그러다가 14일 저녁, 이 사람들이 글 놀림을 하기 딱 좋은 소재가 등장했다.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 자금 8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온갖 고약한 비방을 정부에 퍼붓고 있는 페이스북 지인들에게, “90억 원 가량 돈을 준다고 북한이 무기를 더 사겠냐, 미사일을 더 만들겠냐. 정상적인 인도교류는 할 수 있으면 해야 된다”는 점잖은 충고를 하고 싶은 사람들도 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충고를 턱밑까지 묶어두지 못하고 끝내 반박댓글로 올린 사람들이라면, 15일 무참한 심정이 돼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날 또 다시 일본 하늘을 넘어가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논란이 된 바로 다음날,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이 미사일 때문에 대북 인도지원 자금을 못 받게 되는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음을 뚜렷이 하고 있다.

“돈 주겠다”는 제안을 듣기는 한 건지, 그냥 아쉬운 생각이 없는 건지 가타부타 대답은 없고 미사일을 쐈다. 한국의 인도적 지원 주장을 조금이라도 호응했다면, 이날 미사일을 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800만 달러를 들고 사절단이 찾아간다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냉수 한 그릇 대접은 받고 돌아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도와 준 사람다운 체면을 전혀 차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한 나라 정부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참으로 믿기 힘든 일이다.

정치학 이론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다 의미 있고 일리 있는 일이겠지만, 국정은 그렇게 자신의 정치이론 실험을 하는 곳이 아니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상대의 행보에 따라 이 쪽에서는 그때그때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학자는 아무 때나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지만, 정부 당국자는 때와 상대방의 반응을 가려서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그 차이를 모르면 정부에 있을 자격이 없다.

자신이 정부에 들어오기 전, 논문에 썼던 이론들을 퇴임하기 전 무조건 다 털어 내놓고 가자는 인물은 더 기다리지 말고 지금 즉각 원래 있던 학문의 영역으로 돌려보내야 국민이 안심을 한다. 이런 인물이 정부에 오래 남아있으면, 국민들은 또다시 근거 없는 매카시즘에 휩쓸리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대해 ‘자신만은 예외’라고 착각하는 당국자는 이제 아무도 없어야 한다.

이 정부가 출범한 직후, 대통령과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사람들이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스스로 기약없는 길을 찾아 떠나갔다. 평생을 바쳐 보필해 온 분이 ‘자기들만의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 희생을 하면서 원천차단한 것이다.

그렇게 출범한 정부에서 근거없는 선지자 의식으로 민심에 역행하는 것은 더욱 중대한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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